사회 검찰·법원

상습 만취 흉기난동 부린 남편 살해...대법 "쓰러진 뒤 범행, 정당방위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4 10:41

수정 2016.09.04 10:48

술에 만취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다 제풀에 미끄러져 정신을 잃은 남편을 목졸라 숨지게 한 여성에게 대법원이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전과자인 남편이 상습적으로 부인과 자녀들을 학대하며 살해위협을 했고 그로 인해 부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당방위로는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은 살인혐의로 기소된 조모씨(44·여)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의 한도를 넘어섰다”면서 “사회통념상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사건발생이 야간이기는 하지만 공포와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지난해 6월 술을 마신 뒤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던 전 남편 문모씨를 절굿공이로 치고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두 사람은 이혼한 상태였지만 사건발생 10일 전 교도소를 출소한 문씨가 지낼 곳이 없다며 찾아오자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던 상태였다.

숨진 문씨는 술을 마시다 취기가 오르자 “모두 죽여버리겠다”며 조씨의 목에 칼을 들이댔고 자녀들을 향해서는 “고아가 될 준비하라”고 폭언을 했다.
난동을 부리던 문씨는 때마침 바닥에 쏟아진 술을 밟고 넘어져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그 순간 조씨는 문씨를 살해한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조씨 측 변호인은 반복되는 폭력과 살해위협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 저지른 행동으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랫동안 가정폭력을 당해 우울증을 앓았고 그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은 “전 남편이 바닥에 쓰러지면서 침해행위는 일단락됐다”며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없었던 만큼 정당방위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범행전후의 상황을 조씨가 비교적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점을 들어 심신미약으로 보기도 어렵다면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 역시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린 결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중증 우울증을 앓아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양형을 감경하지는 않았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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