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는 ECB의 자산매입 규모가 지난 1일 1조유로를 돌파해 1조20억유로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에 따르면 이는 유로존 전체 정부·정부기관 채권 물량의 약 7분의1에 이르는 규모다.
ECB가 2015년 3월 시작한 자산매입을 통한 통화공급, 양적완화(QE)는 주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회원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독일국채(분트)를 비롯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폭등해 지금 기준으로는 ECB가 사들일 수 있는 자산이 거의 바닥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ECB가 매입 자산 세부내역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시티그룹은 오는 11월이 분트 매입 한계 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티그룹 금리전략가인 아만 반살은 "ECB가 언제 (자산 매입) 벽에 부딪칠지는 그 시기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모든 이들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면서 11월이면 일단 가장 안전한 독일 국채는 너무 비싸서 현재 기준으로는 이를 사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살은 이어 "ECB는 채권매입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시장에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BC도 ECB가 추가 확대에 나서지 않으면 시장에는 부정적인 충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글로벌 채권부문 책임자 프랑크 딕시미어는 "이는 이제 신뢰성의 문제가 됐다"면서 "이번 ECB 집행이사회는 시장에 새로운 거시 전망과 새로운 의지를 전달하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ECB의 실탄이 떨어졌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지만 ECB는 되레 필요할 경우 언제든 추가완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들어 8월까지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크게 못미치는 0.2%에 그치고 있고, 경제성장 속도 역시 더디기 때문이다.
최소한 내년 3월까지는 주로 국채를 중심으로 매달 800억유로씩 자산을 사들이기로 한 ECB는 이르면 이번 회의에서 기한을 9월로 반년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입 대상 자산 한계에 근접한 ECB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은 규정 완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별로 정해진 자산 매입 비중을 조정하고, 수익률이 마이너스(-) 0.4% 미만인 채권은 사들일 수 없다는 규정도 완화해 수익률이 이보다 더 낮아도 매입이 가능토록 하는 방안이 있다.
한편 FT에 따르면 ECB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은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 건물 8층에 자리잡은 소규모 그룹이 담당하고 있다.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에서 파견된 이들이 이 팀과 공동으로 작업하고, 이 가운데 주력은 ECB 본부 북서쪽으로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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