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선임병 폭행-따돌림으로 정신병... 대법 "직무와 직접 연관없어 국가유공자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6 12:32

수정 2016.09.06 12:32

선임병들의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정신질환을 얻었다고 해서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육군 모 부대에서 근무하다 전역한 조모씨가 경남동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비해당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 창원재판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이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를 나눈 것은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할 사람과 단순보상이 필요한 사람을 구분하자는 것”이라면서 “직무수행이 직접 원인이 돼 발생한 사고-재해로 상이를 입은 경우만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라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조씨를 보훈대상자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는지는 몰라도 국가유공자로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조씨는 2000년 1월 육군에 입대해 모 사단의 통신상황병으로 근무했다.
조씨의 선임병들은 동작이 느리다는 이유 등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폭언을 하거나 심지어 폭행과 집단 따돌림까지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조씨는 57㎏이던 몸무게가 42㎏까지 줄었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빈혈, 영양결핍 등 신체질환까지 얻었다.

2002년 1월 조씨는 의병 전역하게 됐지만 전역 이후에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우울증, 식이장애, 정신분열 증상에 시달리게 됐다.

이에 조씨는 군 복무 때문에 질병을 얻었다며 국가유공자 신청을 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경남동부보훈지청은 조씨의 질병과 공무수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2심 법원은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1·2심 법원은 ‘군 입대 전에는 정신질환 등 문제가 없었고 가족력도 없다’면서 ‘선임병의 집단 따돌림과 폭행으로 질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직무수행 등이 질병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체질적 소인이나 생활습관에 기인한 경우, 기존질병이 악화된 것일 경우 국가유공가 인정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공무수행 외 군복무 중 일상적 스트레스와 조씨의 정신적 취약성이 원인이 돼 발병한 것인 만큼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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