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지 않기로 했다"며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6∼8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두테르테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한 것은 전날 두테르테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섞어가며 비난한데 따른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5일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라오스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로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인권문제를 언급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란 질문을 받자 "오바마는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가"라며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나는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며 필리핀 국민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해명하지 않는다"라고 격분했다. 그는 "(오바마가 마약과의 전쟁을 언급한다면) '개XX'라고 욕을 해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단속 정책과 관련해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자 필리핀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생산적이고,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정상회담만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밝혀 두테르테와의 회담이 취소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한 이후 필리핀에서는 1900명 이상이 재판을 받지 않고 사살당했으며 이 중 최소 700명이 경찰단속 중에 사망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용의자 즉결처형을 옹호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지난 6월 "명백한 불법이며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고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도 같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WSJ는 이번 사태가 '보기드문 외교적 불화'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의도적인 모욕행위으로 인해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취소한 바 있다. 러시아가 미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임시 망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소식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6일 성명을 발표해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면 후회한다"며 취소됐던 정상회담 날짜를 추후 다시 정했으면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sjmary@fnnews.com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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