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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 "기계 발달해도 위폐감별사 못 따라와"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1 17:41

수정 2016.09.21 17:41

[fn이사람]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 "기계 발달해도 위폐감별사 못 따라와"


지난해 국내 은행에서 적발한 위폐금액은 26만2000달러다. 그중 91%에 달하는 24만달러가 국내 한 은행에서 적발됐다. 이 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도 178장의 위폐를 적발했다. 총 11만800달러로 전체 적발금액의 89%를 차지한다. 1억원이 넘는 위폐가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은 셈이다. 국내 최고 위폐감정 능력을 보유한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얘기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4년 국내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위변조대응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를 이끄는 이호중 센터장(사진)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위폐감별 전문가다.
1995년 외환은행에서 위폐감별을 시작한 후 2001년부터 13년간 국가정보원에서 금융범죄분석담당관을 지냈다. 한국은행과 한국조폐공사의 위조방지실무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오랜 기간 몸으로 위폐감별 능력을 익혔다.

이 센터장은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를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위폐감별과 같은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도 되지 않고 있다"며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에서 원화 유통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위폐감별 능력 등 신뢰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의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을 통해 유통되는 화폐는 전체의 25%에 그친다. 그 25%에서 찾아내는 위폐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이 센터장은 "실제 유통되는 위폐량은 적발되는 금액의 20배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우리가 위폐 적발률이 높다고 해도 실제 위폐 유통량에 비하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위폐감별 능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비용'이다. 분석장비만 한대에 1억원이 넘으니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현재 중앙은행급에 지급되는 위폐감별기 4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보다 뛰어난 위폐감별기를 세계 세번째로 보유하고 있다. 센터 내에는 총 17명의 전문인력이 근무한다. 센터가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내부 직원을 상대로 양성해 낸 전문인력이다.

이 센터장은 "아무리 기계가 좋다고 해도 육안으로 판단하는 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기계만큼이나 위폐감별 전문가를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화폐를 '명화'에 비유했다.


"각 나라의 화폐는 그 나라 문화를 상징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판화 작품이고 그 시대 인쇄기술의 총아라고 볼 수 있어요. 제작단가는 80원에 그치지만 유통되는 순간 1만원의 값어치를 가지죠. 화폐 제작의 신뢰도를 갖추지 않으면 세계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 국가의 신뢰를 추락시킬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에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고, 화폐의 신뢰를 보증한다.
' 이 센터장이 정한 사훈이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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