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수들, 온라인 암표상 근절 나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7 17:04

수정 2016.09.27 17:14

이승환 등 스타 공연티켓 인터넷서 싹쓸이 후 정가 20배 받고 팔기도
팬들 피해 막기 위해 암거래티켓 입장 불허 등 직접 적발.제재 나서
온라인상에서 암표 매매
처벌법 아직 없어 문제로
27일 한 티켓 재판매 사이트에서 방탄소년단의 팬미팅 티켓이 정가의 20배 수준인 60만~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수 팬이 아닌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암표상들의 행위로 보인다.
27일 한 티켓 재판매 사이트에서 방탄소년단의 팬미팅 티켓이 정가의 20배 수준인 60만~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수 팬이 아닌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암표상들의 행위로 보인다.


최근 가수들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자신의 공연 티켓 '암표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가수 이승환의 소속사 드림팩토리는 다음달 8일 7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승환 콘서트 '빠데이7' 예매를 시작하면서 "암표로 피해를 입는 관객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빠데이7'부터 특별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을 통해 올라오는 불법티켓 판매글을 신고해 달라"면서 "직접 암표상과 접촉했을 경우 해당 암표상의 신상을 알려주는 사람에게 사인 CD를 드린다"고 제안했다. 특히 "암표상을 통해 구입한 티켓으로 확인될 경우 해당 티켓 구매자는 공연장에 입장이 불가능하고 입장 후에라도 확인 후 퇴장 조치된다"고 덧붙였다.

이씨 뿐만 아니라 최근 성시경, 국카스텐 등 다른 인기가수들도 암표 문화를 뿌리뽑겠다고 직접 나선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팬들의 즐길 권리 박탈".. 정가 20배도

인터넷 예매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대부분의 공연 티켓은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나머지 일부만 현장에서 팔리는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예매를 할 때면 암표상이 표를 싹쓸이한 뒤 웃돈을 붙여 이른바 프리미엄 가격에 파는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드림팩토리 관계자는 "이번 공연에서 파악한 암표만 15~20건으로, 호가가 정가의 2배를 넘더라"며 "정말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암표상들 때문에 제 가격에 공연을 볼 수 없으니 팬들의 즐길 권리가 박탈된다고 판단, 조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암표는 줄곧 있었던 문제지만 2년여 전부터 심각해진 것 같다"며 "경찰에 자문을 구해보는 등 근본적으로 암표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는 중이고 합법 테두리에서 최대한 암표 거래를 제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지난해부터는 공연 티켓을 재판매하는 사이트도 생겨났다. 이 곳에서는 공식 가격 3만3000원인 방탄소년단의 팬미팅 티켓이 대부분 10만원이 넘고 좋은 자리는 호가가 60만~80만원에 이른다. 정가의 20배 이상을 부른 셈이다.

■"관련법 제정 시급".. 야구 암표도 우려

상황이 이렇지만 정작 온라인상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암표 판매를 처벌하는 경범죄처벌법이 경기장, 정류장 등 현실공간에서의 암표 판매만 전제로 규정돼 있어 온라인상 암표 거래는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온라인 암표 매매도 단속 대상에 포함하는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채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암표 문제는 공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다음달부터 국내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야구 암표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잠실야구장에서 경기가 열릴 때면 이 구역을 관할하는 서울 송파경찰서가 야구장 주변에서 암표매매 행위를 단속하지만 온라인상 암표 거래는 처벌 규정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더구나 올해는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가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 표값이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티켓 불법양도 근절 캠페인을 벌이는 등 관련 조치를 취하지만 온라인상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없어 한계가 있다"며 "온라인상 암표 거래로 인한 피해를 겪는 사람들이 많고 웃돈을 입금한 뒤 정작 표를 못 받는 사례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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