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종목▶
"일방적 촬영으로 초상권 침해" 법원, 파견직원에 위자료 판결
"촬영동의했다고 볼수없어.. 초상권 침해 불법 행위"
이마트가 모델 광고비 절감을 위해 자사 점포에 근무 중인 파견업체 직원에게 홍보성 기사를 위한 사진촬영에 응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직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속 관련 기사가 인터넷에 노출되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마트가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촬영동의했다고 볼수없어.. 초상권 침해 불법 행위"
■"동의없이 촬영한 사진 기사게재로 정신적 고통" 소송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모씨(여)는 2010년 5월부터 식품업체 D사의 파견사원으로 서울의 한 이마트 식품매장에서 근무했다. 2개월 뒤 김씨는 이마트 직원 지시에 따라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언론사 사진기자들 앞에서 '삼천포 죽방멸치'를 들고 있는 주부처럼 포즈를 취했고 기자들은 촬영했다.
같은 날 각종 언론사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는 김씨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신세계 이마트 OO점에서 판매하는 최고급 신선식품 시식회가 열린 가운데 한 마리에 3500원, 한 박스에 100만원 하는 삼천포 죽방멸치가 소개되고 있다'는 홍보성 기사가 게재됐다.
그러자 기사에는 '멸치 한 마리 가격이 3500원이 뭐냐' '우리 같은 서민들은 구경도 못한다' 등의 부정적 댓글과 함께 김씨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렸다.
김씨는 "이마트 직원이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을 이용해 광고를 하는 등 초상권을 침해했고 최저임금을 받던 나는 주변사람들로부터 '황금멸치 아줌마'라는 비난을 받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2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반면 이마트는 "김씨는 언론사 마크가 붙어있는 사진기와 사진기자들을 보고도 촬영에 임하는 등 자신의 사진이 언론에 실릴 것을 승낙했다"며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앞서 1심은 "김씨가 홍보 사진 촬영 당시 이미 언론에 보도될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특별한 손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배상책임이 인정된다 해도 해당 사진이 보도된 사실을 인지한 촬영 다음날로부터 3년이 경과,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이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일방적 모델촬영 지시.무단 게재 인정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김기영 부장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이마트 직원들이 광고비용을 아끼기 위해 별다른 설명 없이 촬영에 임하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등 김씨가 촬영 및 인터넷 광고 사용에 관해 진지하게 동의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촬영 당시 자신의 사진이 1회성 오프라인 기사가 아닌 인터넷에 장기간 게재돼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어 "이마트 측은 광고에 사용할 목적으로 동의 없이 김씨 사진을 이마트가 의뢰한 언론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재되도록 함으로써 김씨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이마트 측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마트 주장도 "김씨 사진이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저장돼 있고 검색한 사람에게 전송.복제되는 등 현재도 초상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김씨의 피해내용 및 정도, 아무런 보상이 지급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500만원으로 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