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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김영란법 1주일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3 16:55

수정 2016.10.03 16:55

대한민국의 역사는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말처럼 국민의 일상에 대변화가 시작됐다. 김영란법 시행 뒤 첫 주말 표정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먼저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법 시행 이전 복도를 가득 메우던 화환 행렬은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됐다. 최대 30억원의 보상금을 노린다는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의 감시도 찜찜하다. 축의금과 부의금 봉투를 쪼개서 내는 모습도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나는 30만원 받았는데 10만원 이하로 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항변이다.

김영란법은 더치페이법으로도 불린다.
그런 면에서 긍정적인 모습도 보인다. 이것저것 신경 쓸 필요없이 깔끔하게 각자 내자는 주의다. 한 은행에서 내놓은 스마트폰용 더치페이 애플리케이션 가입자 수가 50% 늘었다. 이 앱은 계좌번호나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면 돈을 보낼 수 있어 편리하다.

저녁과 주말, 가정이 있는 삶에 만족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동안 주말도 반납한 채 국회.공무원 등을 챙겨야 했던 기업 대관.홍보담당자들은 모처럼 주말에 늦잠을 잤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오래가면 홍보.대관업무가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려하던 대로 소비절벽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낙찰단가는 절반가량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반값에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 유찰률은 배로 뛰었다. 3일 BC카드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지난달 28, 29일 법인카드 사용액이 4주 전 같은 요일에 비해 요식업은 8.9%, 주점업종은 9.2% 감소했다. 이 중 한정식집 법인카드 사용액은 17.9%, 중국음식점은 15.6%나 줄었다.

문제는 법 취지와 달리 생계를 위협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녁식사 자리가 줄면서 식당 종업원들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전락하고, 꽃과 난을 배달해 용돈벌이를 하는 고령자들의 일이 없어지고 있다. 시행 초기의 부작용은 통과의례이기 때문에 법이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생계를 잃는 서민은 없어야 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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