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소송, 끝까지 가봐야 안다

삼성, 상고 검토 

애플이 '밀어서 잠금해제' 등 3건의 자사 특허를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1심은 애플이, 2심은 삼성전자가 승소했는데 이번 재심리에서 또다시 애플이 승리하면서 앞선 판결이 잇따라 뒤집어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재심리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은 삼성은 즉각 상고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매번 판결마다 결과가 엎치락 뒷치락하면서 삼성과 애플 특허소송의 결과는 대법원까지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즉각 "상고 검토"
9일 애플과의 특허침해 항소심 판결에서 패소한 삼성전자 측은 "미국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로서는 재심의를 요청하는 방법과 대법원에 상고하는 두가지 안이 있으나 상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7일(현지시간) 발표한 전원합의체 재심리 판결에서 '밀어서 잠금해제' 기능 등 애플의 스마트폰 관련 특허 3건을 삼성이 침해했다고 주장한 애플의 주장이 타당하며, 지난 2월 내려졌던 판결을 무효로 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판결에 따라 2014년 5월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서 "삼성이 애플에 1억1960만달러(약 1334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던 1심의 효력이 되살아났다. 1심에서는 삼성이 애플의 △데이터 태핑(링크를 누르면 바로 연결 동작을 지원해주는 기술) △단어 자동완성 △밀어서 잠금 해제 등의 특허권 3개를 침해했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완전히 뒤집혔다. 핵심 쟁점이던 데이터 태핑에 대해 "삼성과 애플 기술의 작동 방식이 다르다"면서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 반면 밀어서 잠금해제와 단어 자동완성 등 두 개 특허권은 그 자체가 아예 무효라고 판결하며 삼성전자가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애플이 재심리를 요청하면서 이번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까지 치열한 공방 벌일 듯
1심에서는 애플이 승소, 2심에서는 삼성이 승소한 후 다시금 2심 판결이 무효가 되는 등 계속 판결이 뒤집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양사는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준 법원은 "2심 재판이 항소 과정에서 제기되지 않았던 사안에 의존해 이루어졌고, 재판 기록이외의 증거에 의존했다"며 2심 판결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을 뒤집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절차상 하자를 감안하고 판결을 뒤집기 위해서는 결국 애플의 승리로 끝났던 1심에서 다뤄졌던 내용만으로 다퉈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심판결에서 삼성의 특허침해를 부정하면서, 단어 자동완성과 밀어서 잠금해제 기능 등에 대해서는 특허 자체가 아예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어 대법원이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삼성이 연방대법원에 상고를 하더라도 판결 결과는 한치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오는 11일 다뤄질 양사의 디자인 특허침해 판결에도 이번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양사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삼성전자는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후 지난해 12월 애플에 손해배상액 5억4800만 달러(약 6120억원)를 지급하도록 판결을 받았다.

삼성은 이에 대해 배상액이 불합리하다며 상고한 바 있다.

[e-mail]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