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K "쓰기 0점 맞아도 합격"
11일 한국어교사들에 따르면 한국어능력시험은 TOPIK 1급~6급까지 총 6단계로 나뉜다. 1·2급은 초급단계로 TOPIK Ⅰ, 3~6단계는 중·고급으로 TOPIK Ⅱ로 구분된다.
한국어교사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등급별 합격기준이다. 영역별 과락이 없는 시험이기 때문에 특정영역에서 0점을 받아도 합격한다는 것. 1급의 경우 듣기와 읽기중 하나를 전혀 모르더라도 다른 영역에서 8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한다.
이같은 허점은 중급 시험인 3·4급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TOPIK Ⅱ부터는 쓰기가 추가되는데 이 영역에서 0점을 받더라도 나머지 듣기와 읽기에서 60점씩만 받으면 3급을 받는다. 4급 역시 2개 영역에서 75점씩 받으면 등급획득이 가능하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 기관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1년 정도 거주하면 1~2급 시험을 친다"면서 "그 다음 단계로 3급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쓰기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도 거의 합격을 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대학들은 외국학생 선발시 TOPIK 3급 수준의 한국어 실력을 요구하고 있다.

■능력 안되는 사람도 합격… HSK와 비교해도 느슨
이런 방식이 가능해진 것은 2014년 시험방식을 개편하며 과락을 없앴기 때문이다. 종합점수를 높지만 특정영역에서 낮아 불합격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인데 이는 합격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 과락과 1~2등급 쓰기 평가를 없앤 2014년 35회 시험 이후 합격률은 35회가 76.5%, 36회 65.3%, 37회 70.0%, 38회가 72.5%를 나타냈다. 변경 이전 합격률은 34회가 66.9%, 33회 59.7%, 32회 56.6%, 31회 58.9%였다. 결과적으로 합격하기 쉬운 시험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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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형태의 중국어능력시험 HSK(한어수평고시)와 비교해도 기준이 느슨하다. HSK는 TOPIK과 동일한 영역으로 만점도 같지만 합격기준에서 1급~2급은 120점, 3급~6급 18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1~2급의 경우 한 영역에서 0점을 받으면 합격이 불가능하고 3급도 다른 두과목에서 90점 이상씩을 받아야 해 TOPIK 3급에 비해 기준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언어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인데 한 영역에서 수준 이하의 점수가 나왔어도 등급이 부여된다면 수험자의 실력을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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