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필요한 곳에 컬러복사 사본 제출
문서내용을 변경하지 않은채 단순히 컬러복사만 했다 해도 반드시 원본이 필요한 곳에 사본을 사용하고 발급비용 등 경제적 이익이 있었다면 문서위조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각 지역 변호사회에서 발급하는 경유증표를 복사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황모 변호사(48)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유증표는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했다는 것을 변호사회에 신고하고 발급받는 문서로 사건 위임장에 반드시 원본을 붙여서 법원이나 검찰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각 지역 변호사회는 경유증표를 발급하면서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황 변호사의 경우는 1장당 1만2000원을 내야 했다.
재판부는 "문서가 원본인지 여부가 중요한 거래에서 복사된 사본을 원본처럼 행사한 행위는 사문서위조죄 및 동 행사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문서위조죄가 보호하려는 것은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이라면서 내용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해도 복사된 문서를 사용한 것은 위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해 3월 황 변호사는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여고생 체벌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유포한 네티즌 30명을 고소한 사건을 수임했다. 정상적이라면 황 변호사는 모두 30건의 위임장을 제출해야 했고 각 위임장에는 경유증표가 부착되야 했다. 그러나 황 변호사는 경유증표 2장만 구입했고 나머지는 컬러복사기로 복사해 부착했다.
1심 법원은 컬러복사한 경유증표가 새로운 증명력을 갖는 별개의 문서로 보기 어렵다면서 위조가 아니라고 보고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 법원은 문서작성 권한이 없는데도 문서를 생산했고 경유증표 구매비용을 줄이고 세금징수를 피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며 유죄를 인정,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문서 위조란 작성 권한이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허위로 기재해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라며 "경유증표 사본은 복사한 문서이고 이를 위조.행사한 행위는 그 자체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우려가 있는 새로운 증명력을 갖는 별개의 문서 사본을 창출한 행위"라고 판결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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