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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이모씨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1990년 S은행에 입사한 이씨는 2013년 1월 서울의 한 금융센터 센터장으로 부임했다. 이 지점은 기존에는 실적이 저조했지만 이씨가 온 뒤로 매달 실적 1위를 기록하다 같은 해 12월 최종 2등을 해 이듬해 1월 열린 2013년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높은 업무실적 덕분에 입사 동기들이나 나이에 비해 승진이 빨랐던 이씨는 1년 내내 1등을 유지하다가 최종적으로 2등으로 밀려난 데 대한 아쉬움과 상심이 컸고 직원들에게 본인의 노력 부족 탓이라면서 여러 차례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씨는 업적평가대회 나흘 뒤 나온 인사발령 결과를 보고 더욱 상실감을 느꼈다. 자신을 포함해 승진 대상자인 소속 센터 직원들 다수가 승진에서 탈락한 것. 이씨는 같은날 저녁 열린 송별회 및 승진자 축하 회식 자리에서 평소 주량을 초과해 만취 상태가 될 정도로 술을 마셨다. 회식을 마치고 귀가해 잠을 잔 이씨는 다음날 오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직접사인 미상’으로 사망했다.
유족은 이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실적에 대한 압박 등은 오랜 기간 경험한 통상적인 수준”이라며 청구를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망인은 발령받는 지점마다 탁월한 업무실적을 달성했는데 그 이면에는 지속적으로 업무실적에 대한 심한 압박감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고 사망할 무렵에는 업적평가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심한 자책감에 사로잡혔다“며 ”평일 퇴근 이후나 주말 고객관리 차원에서 잦은 술자리와 골프 모임을 가진 탓에 적지 않은 육체적 피로가 누적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실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으로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이런 업무상 스트레스가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기존 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키면서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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