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미폰 태국 국왕 서거.. 증시 하룻새 6.9% 급락
현대 태국 정치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러왔던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13일 서거하면서 태국 정치 및 경제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46년 6월 태국 짜끄리 왕조의 '라마 9세'로 즉위한 그는 전 세계 군주들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왕좌를 지키며 태국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다. 태국은 비록 1932년부터 입헌군주국이 됐지만 이후 발생한 19차례의 쿠데타에는 푸미폰 국왕의 입김이 크고 작게 작용했다.
1957년 군부 쿠데타를 승인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푸미폰 국왕은 직접 가난한 농촌을 찾아다니며 서민들과 가까이 지냈다. 막대한 왕실 재산을 털어 농업과 지역 개발 산업을 추진한 그는 고용과 보건, 복지 등의 분야에서 왕실 주도의 각종 사업을 진행했다. 푸미폰 국왕은 1988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으며 2006년에는 유엔에서 제1회 '인간개발 평생업적상'도 받았다. 항상 서민의 편에서 서서 행동해 왔던 그는 태국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정권, 군부와 더불어 힘의 균형을 유지해 왔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 1973년 태국 민주화 시위 당시 군부가 학생들에게 발포하자 궁전 문을 열어주었으며 1992년에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수친다 크라프라윤 전 총리를 궁전에 불러다 무릎 꿇리고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2006년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몰아낸 쿠데타를 승인했으며 2014년 5월 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실각시킨 쿠데타도 인정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처럼 태국 정치를 좌지우지한 푸미폰 국왕이 타계하면서 권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올해 64세의 마하 와찌랄롱꼰 왕세자는 문란한 사생활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탁신 전 총리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61세의 마하 짜끄리 시린돈 공주는 군부 및 보수파의 지지를 받는 동시에 인기도 많아 와찌랄롱꼰 왕세자와 권력 다툼이 예상된다.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12일 푸미폰 국왕의 건강 악화설이 확산되자 지역 방문 계획을 축소해 방콕으로 돌아왔으며 이날 와찌랄롱꼰 왕세자를 비롯한 왕실 가족들도 병원을 찾았다.
태국 증시의 SET 지수는 이날 전일대비 6.9% 폭락했으며 태국 바트가치는 2개월 만에 최저인 달러당 35.08바트에 이르기도 했다. 태국의 정치 상황은 푸미폰 국왕의 부재와 더불어 지난 8월 수도 방콕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이후 지속적으로 테러 위협이 커지면서 당분간 혼란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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