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약칭 표현을 놓고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김영란법'으로 줄곧 불리던 법안명을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민권익위원장과 국무총리까지 가세해 '청탁금지법'으로 통일해 달라고 공개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김영란법으로 통용되는 기존 관행이 우세하다. 김영란법에 익숙해져 있는 가운데 청탁금지법으로 갑자기 바꿔 부르자는 점에 대한 반론의 배경을 살펴보면 대략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우선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부 치적론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입안된 건 이명박정부에서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된 건 박근혜정부 때다. 전 정부 시절부터 김영란법으로 불렸다는 점에서 같은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건 이명박정부의 치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실질적 시행을 이끌어낸 현 정부에서 전 정부의 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김영란법이란 표현 대신 청탁금지법으로 바꾸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란법에서 청탁금지법으로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나오는 두번째 이유는 법안명이 바뀐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막연한 인식 탓이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간에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법안의 본래적 취지를 견고하게 유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법안의 수위가 낮아질 개연성이 없는데 어떤 이름으로 정하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논리다.
두 가지 접근법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건 별개로 하자. 청탁금지법으로 개명하자는 주장에 대한 반대논리들은 사실상 정치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이 법안이 심각하게 야기하고 있는 사회적 혼란에 대해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접근법 모두 주목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본지는 최근 특정인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네이밍 법안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면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약칭을 둘러싼 논쟁을 심층분석했다. 네이밍 법안은 주요한 법안의 상징적 의미를 알기 쉽고 빠르게 대중화하는 데 강점이 있다. 반면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 전달이 취약해 시행 과정에 혼선을 야기하는 부작용도 있다.
최근 정부에서 법안 약칭을 바꿔 부르자는 것은 김영란법의 상징성이 효과를 다했으니 이제는 실체적 법안 전달이 가능토록 청탁금지법으로 전환하자는 점을 의미한다.
물론 주무부처에서 해당 법안이 몰고 올 사회적 혼선을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점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쟁을 위한 공세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관점도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다. 현재 진행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논쟁은 사회적 혼선을 최소화하는 데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정치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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