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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행복한 동행] 반려견 수술비가 250만원.. 유기 부추기는 ‘진료비 폭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7 17:12

수정 2016.10.17 19:06

(2부) 동물반려산업의 그늘 ‘바가지 상혼’   1. 진료 및 치료비
치료비 18배까지 차이.. 초음파 등 부르는 게 값
동물보험 등 기준도 미흡
조금만 아파도 버려.. 반려동물 年 10만마리 유기
동물인수제 등 지원 필요
#1. 이모씨(28)는 반려견 봄이의 슬개골에 문제가 생겨 동물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는 수술비용으로 250만원을 불렀다. 이씨는 너무 비싸다 싶어 다른 병원에 가 알아보니 90만원이라고 했다. 같은 수술인데 병원에 따라 수술비가 3배나 차이나는 것이다.

#2.김모씨(35)는 실수로 자신의 오토바이에 치여 반려견 포메라니안 '꼬롱이'의 발목이 절단되자 서울시의 한 유기동물보호소 앞에 꼬롱이를 버렸다.
수술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장애가 생긴 반려견을 더 이상 키우기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 담당자와 함께 꼬롱이를 버린 김씨를 찾아냈다. 하지만 김씨는 유기에 따른 행정처분을 받고 꼬롱이를 다시 데려가지 않았다.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동행] 반려견 수술비가 250만원.. 유기 부추기는 ‘진료비 폭탄’

급속한 산업화는 여건 및 환경 미비에 따른 사회문제 등 각종 부작용을 불러온다. 고속성장하는 반려동물 산업도 그렇다. 산업발전 속도에 비해 제도적 기반 미비로 각종 사회문제가 속출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부족 등 문화적 충돌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병원비 '부르는 게 값'...과잉검사 다반사

17일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동물병원의 반려동물 진료 및 치료비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같은 진료 및 치료인데도 동물병원에 따라 치료비가 최대 18배까지 차이가 난다. 반려견 복부초음파 검사는 1만원부터 18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과잉검사에 과잉치료도 다반사인 데다 많은 비용을 청구하면서 정작 진료와 치료가 잘못된 의료사고도 잇따른다. 조모씨(36)는 "기르는 고양이가 혈뇨 증상을 보여 병원에 데려갔더니 백혈병 가능성이 있다며 200만원짜리 풀패키지 검사를 제시했다"면서 "이후에도 병원에서 사전 설명도 없이 조영제를 썼다가 고양이 폐에 물이 차는 의료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병원비가 이처럼 들쭉날쭉하는 것은 동물보험제도 등 통일된 기준이 없이 치료 및 진료비를 병원별로 각기 정하기 때문이다. 1999년 자율경쟁 체제를 도입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로 진료비 기준수가를 규정했던 법률이 폐지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반려동물을 주 대상으로 하는 병원 가운데 수의사 혼자서 병원을 경영하는 경우가 80% 이상일 정도로 동물병원의 규모가 영세해 비용절감이 힘든 것도 한 요인이다.

■과다한 병원비 '유기' 문제로 악순환

이처럼 반려동물 병원비 부담이 크다 보니 반려동물이 조금만 아파도 버리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버려진 반려동물은 연평균 9만마리에 달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유기동물은 연간 10만마리가 훨씬 넘어설 것으로 동물보호단체들은 추산하고 있다. 반려동물 유기에 따른 구조·보호·관리 등 사회적 비용도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등 각종 사회적 문제도 동반한다.

원종태 시흥엔젤홈 유기견보호소장은 "유기견 중에 대부분이 병들었거나 다친 경우로 반려동물에게 작은 문제가 생겨도 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유기견 관리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반려동물을 충동구매했다가 쉽게 버리는 시민의식도 문제"이라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면 아예 키우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동물 유기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14년 반려동물 등록제를 도입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서국화 법제이사(변호사)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이름표가 아닌 마이크로칩 삽입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필요성, 공익성을 감안하면 헌법상 이를 허용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동물 유기를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책으로 동물인수제도 있다. 동물인수제는 반려동물 사육을 포기할 경우 소유자가 일정 비용을 부담해 지자체에 해당 동물을 위탁하면 유기동물보호소 등이 해당 동물을 인수해 보호하면서 입양·기증·분양 등의 처리를 진행하는 제도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동물유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해 동물인수제 도입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입양률 제고 및 지자체 재정부담 완화를 위해 백신.진단키트 등 정부 지원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유기의 원인인 진료비 부담을 줄이고 더 나아가 반려동물도 내 가족이라는 반려문화 및 국민의식 확립이다.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회장은 "독일처럼 진료비에 상.하한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아울러 "동물병원은 일반병원처럼 도매상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수 없고, 동물 진료에만 부과되는 부가세 등의 문제도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 진료비가 더 내려가고 유기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제보를 받습니다 반려동물 특별취재팀 pet@fnnews.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fnpe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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