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외국인 일 엑소더스……1987년 이후 최대 규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9 07:04

수정 2016.10.19 07:04

/사진=블룸버그, 도쿄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도쿄증권거래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시장에서 썰물 빠지듯 빠지고 있다. 자금 탈출 규모는 1987년 이후 30년만에 최대에 이른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감과 엔강세가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긴 안목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실망감에 묻히는 분위기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지난 5개월간 4개월을 일본 주식 매도에 나서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는 590억달러에 이르렀다.


1987년 증시 거품에 대한 우려와 '블랙먼데이'가 겹치면서 자금이 빠져나간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들이 탈출한 뒤에도 일본 증시는 2년을 더 올랐지만 결국 붕괴했고, 일본 경제는 20여년을 저성장 늪에서 허우적대는 '잃어버린 20년'을 맞은 바 있다.

이번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감과 엔화 강세가 외국인 엑소더스의 배경이 되고 있다.

UBS 그룹 도쿄의 일본 주식투자 책임자 이바야시 토루는 "1980년대 말 외국인 투자자들은 실망했고, (증시 오름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최근 매도세는 이들이 아베노믹스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또 이에대해 얼마나 깊이 실망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세번째 화살'인 구조조정을 확실히 추진해야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증시 이탈자금 규모 590억달러는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33개 시장 가운데 최대 이탈규모다. 일본은행(BOJ)이 사상최대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증시의 토픽스 지수가 올들어 12% 폭락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증시가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희망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외국인 이탈의 또 다른 배경인 엔 강세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들어 엔은 BOJ의 막대한 엔 공급에도 불구하고 달러대비 16% 급등해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엔 강세는 '엔저를 통한 수출확대→경기부양'이라는 아베노믹스의 근간을 흔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린다는 BOJ의 정책목표가 무색하게 일본 소비자물가는 8월 현재 5개월 연속 하락했고, 가계 소비지출은 3월 이후 최대 감소세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가 지속적인 성장과 물가 상승에 기대만큼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이탈은 이에따른 실망감의 표출인 셈이다.

BOJ의 이례적인 통화완화 정책도 외국인 탈출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BOJ의 연 580억달러에 이르는 ETF 매입 역시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식 가치를 왜곡하고, 일부 주식 거래를 어렵게 하는 배경이기 때문이다.

템플턴 신흥시장 그룹의 마크 모비어스 회장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BOJ의 통화정책을 '미친'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제장관을 지낸 아마리 아키라 의원은 일본 주식 투자는 장기적으로 봐야 되고,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는 먹히지 않고 있다.

픽테트 자산운용의 일본투자 책임자 마쓰모토 히로시는 일본 주식이 저평가돼 있어 주식 보유를 동료들에게 권하고 있지만 이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토픽스 지수 편입 기업들의 주가수익배율(PER) 평균이 지난 10년 평균치 15배보다 낮은 13배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쓰모토는 "일본 주식 투자를 줄이고,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국인 자금 이탈은 일본 기업 구조조정을 더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UBS의 이바야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억 구조개혁의 강한 추진세력"이라면서 "그러나 이들은 실망했고, 포기했으며 일본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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