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VR체험관 도입
창밖 풍경까지 재현해 단지 이미지 각인 톡톡
창밖 풍경까지 재현해 단지 이미지 각인 톡톡
"지금 현관에 계시네요. 들어가셔서 우측 거실 복도로 가보시죠."
19일 가상현실(VR) 헬멧을 쓴 기자에게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오피스텔)' 견본주택 직원이 외부 모니터를 보며 방향을 알려줬다.
한발을 내딛은 후 고개를 돌리니 거실로 향하는 복도가 보였다. 직원이 손에 쥐어준 포인터로 멀리 보이는 거실 바닥을 클릭하자 기자는 거실 한복판으로 순간 이동했다. 창을 통해 오피스텔 인근에 지어진 고급 타운하우스 촌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화면에서 메뉴를 호출해 공간 형태를 '기본형'에서 '가변형'으로 바꾸자 거실안에 설치된 벽이 사라지면서 탁 트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기본형과 가변형 옵션을 직접 눈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천정이 일반 오피스텔보다 높아 보였다. 직원은 "이 오피스텔은 천정고를 3m로 늘려 개방감을 극대화했다"면서 "보고계시는 공간이 실물공간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들어 가상현실(VR)시스템이 견본주택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다양한 하드웨어 업체와 솔루션 개발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기술이 세밀해지고 도입가격도 저렴해졌다. 향후 지어지는 대규모 견본주택에는 VR시스템이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커졌다.
올들어 견본주택에 VR기기를 도입한 곳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경기 안산 '그랑시티자이', 경기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 등이다. 초기에는 견본주택에 방문한 아이들을 잡기 위한 'VR 체험관' 형태로 운영됐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공간 바닥과 벽 등 내부 마감재가 실물과 가까워졌고 조작 방법도 간편해졌다.
GS건설은 안산 그랑시티자이에 도입했던 VR체험관에는 머리에 쓰는 VR기기를 통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완벽한 VR형태는 아니지만 단지에 대한 소개 영상과 조감도 등을 현실감 있게 보여줘 단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시행사인 피데스개발이 과감히 도입한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는 실제 지어질 오피스텔의 내부와 창밖풍경, 옥상의 텃밭 풍경까지 모두 재현했다. 총 10개 유닛을 VR컴퓨터에 볼수 있도록 했다.
피데스개발의 김희정 상무는 "기존 다른 견본주택의 VR체험관은 동영상 수준에 그치지만 이번 VR은 실제 지어질 오피스텔을 그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VR내부 이미지를 고객들이 보는 경우 입주시 실물과 차이가 나지 않도록 피데스개발, 현대건설 실무자와 VR 외주 업체가 6개월간 고민하며 설계, 마감재 등을 모두 조율해 그대로 반영시켰다"고 설명했다.
VR제작업체인 디자인에이포인트 성창건 대표는 "주로 건축 디자인 업무를 맡아오다 VR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2년간 게임 엔진을 접목시키는 형태로 직원들과 시스템을 개발했다"면서 "초창기 VR시장 대비 가격이 떨어지고 기술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여러 산업에서 VR을 접목시키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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