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대북확성기사업 입찰 특혜..軍, 문제 알고도 은폐 의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6 17:36

수정 2016.10.26 17:36

입찰조건 유리하게 변경
성능평가도 제대로 안해
정부가 대북압박 정책을 위한 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인 '대북 심리전 확성기' 사업이 특혜 시비로 얼룩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응징 수단으로 '대북 심리전 확성기(이하 대북 확성기)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사업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국방부가 입찰관련 특혜 시비를 알고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軍 문제없다던 입찰과정…'거짓'

26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음성파일에 따르면 군 검찰단은 대북 확성기사업 최종 낙찰업체인 인터엠사가 자사의 대리점 업체와 주고받은 e메일을 통해 사업 입찰 이전에 인터엠이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요청서를 유도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군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상 민간기업의 비위행위는 밝혀진 바 없고, 제안요청서와 다른 제품이 성능평가 때 사용됐다는 사실을 관련업체들의 증언을 통해 인지했다"면서도 "제품 변경과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특수조건 위반이 계약 위반이 되는지는 국군심리전단을 통해 추가로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인터엠사는 고정형 대북확성기 최초 입찰제안요청서에는 16개 스피커가 장착된 제품을 제안했지만 추가로 제출한 설계도면은 스피커가 20개로 변경됐고, 7월 예정을 넘겨 지난 9월 실시된 최종 성능평가에는 제안요청서와 달리 스피커 32개가 부착됐다.


기동형 대북확성기와 관련, 지난달 국군심리전단 관계자는 "성능평가를 실시했고 성능을 충족한다"고 밝혔으나 이번 수사에서 차량에 적재한 상태로 성능평가를 받지 않아 사실상 성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적재차량도 입찰조건인 차량중량 2.5t을 초과한 3.6t으로 밝혀졌다.

■관련업체 낙찰업체 고소

수사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들이 드러나자 관련업체들은 인터엠사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대북확성기 사업은 평가 및 제품가격 선정 등 총체적 문제가 눈에 보이는 사업"이라면서 "이런 문제를 군 당국에 꾸준히 제기해 왔지만 군 당국은 방산비리를 척결하는 대신 방산비리를 숨겨주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또 "입찰 초기부터 특정업체에만 적용되는 대리점 수와 조달인증 등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면서 "인터엠이 생산하지 않은 제품으로 변경을 하면서 정품인증서를 제출한 것은 사문서 위조에 해당된다"며 국방부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명확한 것은 군 검찰이 아닌 방위산업수사본부에서 명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소규모 대리점 업체가 어떻게 입찰요건을 유리하게 변경했는지 그 배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군 검찰은 대북확성기 사업 과정의 문제점을 심리전단에 통보하고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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