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변화의 기로에 선 한국 기업문화] 中 인터넷 기업, 수평적 의사결정에 고속성장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31 17:56

수정 2016.10.31 17:56

회의 전 전투적으로 준비, 인턴도 토론땐 주장 내세워
자신의 프로젝트에 애착
[변화의 기로에 선 한국 기업문화] 中 인터넷 기업, 수평적 의사결정에 고속성장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매서운 고속성장의 비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 문화의 핵심은 '수평'이란 키워드로 요약된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 인터넷 기업들에겐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며 일을 전개하는 문화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확실한 성과주의 속에 직급이 무엇이든, 경력에 관계없이 자기가 맡은 분야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치열한 토론으로 프로젝트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이 기본이 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인턴과 디렉터가 치열한 토론

10월 23일 텐센트와 알리바바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공격적인 중국의 회의 분위기는 기업의 원활한 의사 소통 창구가 되고 있다.

텐센트 선전 본사의 글로벌운영센터에서 글로벌 모바일 게임을 운영하는 양진호 디렉터는 "디렉터와 인턴이 회의 때 대판 싸우는 일도 있다. 그러고 나서는 홍바오(세뱃돈) 정도 보내주면 끝난다"며 "대표와 직원 사이라고 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권현돈 전 알리페이 코리아 대표는 "위계와 상관없이 자기의 논리가 맞다고 확신하면, 정말 싸울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며 "거기서 한 발 물러서는 순간, 일이 산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각자 자기 입장을 강하게 말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희주 알리바바픽처스 매니저도 "저같은 경우에도 회의를 앞두고는 전투적으로 준비를 한다"며 "회의 석상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순간 무능력자가 돼서다. 중국 인터넷기업들은 위계 없는 수평적 토론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강조했다.

■中 인터넷 기업의 고유한 수평적 문화

이같은 문화는 모든 중국계 기업에 적용되는 사례가 아니라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중국인이라도 어떤 조직에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계 회사에나 한국계 회사 모두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그렇게 싸우듯 토론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유무형 보상과 같은 확실한 성취감을 쥐어주면서 직원들이 자신이 추진한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만드는 구조가 정착된 조직에서만 가능한 문화라는 분석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일부 조직원에 그치지만 중국 인터넷 기업은 수평적으로 3~5년차든 경력을 인정해주고 격려하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이같은 문화가 정착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알리바바의 경우 성과지표(KPI)를 수치보다 가치관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조직문화 구축에도 힘쓴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권현돈 전 대표는 "알리바바는 KPI의 40% 정도가 거래 금액, 거래 건수 등의 수치였고 나머지는 '가치관'"이라며 "알리바바는 소상공인과 함께 일하는 분야가 많아 일하는 사람의 가치관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 이것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도 실시한다"고 말했다.


거래액 등 목표 달성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달성하면 되지만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문화는 쉽게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