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동남권의 고속철도 시대를 개막할 수서고속철도(SRT)가 이달 1일부터 시운전에 돌입했다. 오는 12월 중순께 개통해 서울역과 용산·광명역을 지나는 기존 KTX와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2일 오전 기자가 찾은 SRT 수서역은 지하철3호선·분당선 수서역과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따로 지상으로 나올 필요 없이 5분 정도 걸으면 매표소에 도착할 수 있다. 수서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승강장까지는 걸어서 2~3분 정도가 걸린다. 앞으로 수도권급행철도(GTX) 등이 완성되면 수서역으로의 접근성은 더 좋아진다.
■수서에서 동탄가지 13분… 속도감·소음·진동 적어
승강장에서 출발한 SRT는 곧장 터널로 들어갔다. 서울과 수도권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코레일의 KTX와 달리, 지하철에 탄 듯한 느낌을 줬다. 수서에서 경기도 동탄까지 뻗은 율현터널은 총 길이 52.3㎞로 국내 최장 터널이자 고속철도 터널로는 세계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터널 내 대피 가능 통로는 20개소로 평균 간격은 2.3㎞다. 화재와 지진 등 재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최소 3분30초에서 20분이면 대피할 수 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속 300㎞까지 속도를 올렸지만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소음과 진동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수서역에서 동탄역까지 13분에 주파했다. 다만 성남과 용인에는 고속철도역이 없어, '용산발 KTX'처럼 '성남발·용인발 SRT'는 이용할 수 없다. SRT 운영사 ㈜SR의 관계자는 "이 노선이 계획될 때 성남이나 용인에 역이 들어서는 것은 따로 포함되지 않았다"며 "성남·용인시민들은 수서역이나 동탄역을 이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탄역에 정차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승강장과 고속철 사이에 마련된 '스크린도어(PSD)'다. ㈜SR 측은 "새 노선 중 가장 많은 이용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탄역에 시범적으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며 "통과열차의 소음 완화와 풍압 해소 효과도 갖는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6년 동탄역의 1일 예상 이용객은 6만여명이다.
SRT는 수서역을 출발해 동탄역·지제역을 지나 평택의 한 지점에서 현재 KTX가 다니는 경부 고속선으로 합류한다.
■강남 접근성, 가격, 열차 환경 등이 큰 장점… "경쟁구도로 국민 혜택 늘어날 것"
이 고속철도는 지난 1일부터 하루에 30회 가량의 시운전을 실시하고 있다. 경부선은 상하행 각각 10회씩, 호남선은 상하행 5회씩 운영하며 안전 문제 등을 점검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 개통 예정이었던 SRT는 지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올해 8월로 연기됐다가 오는 12월로 개통이 확정됐다.
SRT가 개통되면 서울 강남·강동 및 수도권 동남부 지역 주민들의 고속철 이용이 편리해질 전망이다. 개통 이후 경부선 부산행은 하루에 40회, 호남선 목포행은 20회 운행돼 하루 총 60회 운행된다. 기존 KTX보다 7~8분 정도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용 가격도 KTX보다 평균 10%, 최대 14% 저렴하다
접근성과 함께 쾌적한 열차 환경도 SRT의 장점이다. 좌석마다 1명당 1개의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기존 KTX에 비해 무릎이나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도 5~6㎝ 정도 더 길다. 특실과 일반실 일부 좌석에는 높이를 조절해 머리를 기댈 수 있는 '헤드 레스트'도 설치돼 있다.
특실의 경우에는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있는 장치가 전동식으로 돼 있어 버튼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비행기처럼 수하물을 넣을 수 있는 보관함이 좌석 위에 설치돼 있다. 열차 내에서 무선 인터넷도 사용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KTX와 SRT의 경쟁구도로 국민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SRT 개통을 보면, 계속 발전하는 경쟁 상대에 맞서 노력하지 못하는 주체는 결국 도태된다는 '레드퀸 효과(The Red Queen Effect)'가 떠오른다"며 "KTX와 SRT가 요금과 서비스 등에서 경쟁을 본격화하면,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