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대선 앞두고 각국 긴장…멕시코, 비상계획 입안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6 08:43

수정 2016.11.06 08:43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막판 혼전으로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솟으면서 각국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머니 등에 따르면 멕시코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대비해 '비상계획'까지 마련했고, 중국은 누가 당선돼도 무역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8일 미 대선 결과를 세계 각국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멕시코, 비상계획 마련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멕시코 밀레니오 TV에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멕시코 경제에 몰아칠 '허리케인'을 대비해 비상계획을 수립했다면서 미 대선 이튿날인 9일부터 계획이 실행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카르스텐스 총재는 그러나 비상계획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은 멕시코 경제 최대 현안이다. 그가 당선될 경우 멕시코 포드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에 35% 보복관세가 매겨질 수도 있다. 멕시코 경제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수출이 휘청거릴 수 있다.
멕시코 수출품 80%는 미국과 캐나다로 흘러들어간다.

트럼프는 캐나다, 멕시코, 미국 등 북미 3개국이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도 요구하고 있고, 거부되면 이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올들어 멕시코 페소화 가치를 좌지우지했다. 그가 멕시코에 대해 부정적인 언사들을 쏟아낼 때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추락했다. 올들어 멕시코 페소는 미 달러 대비 9% 하락해 달러당 19페소를 웃돌고 있다. 노무라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페소는 달러당 22페소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17.9페소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는 그러나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페소 가치가 26페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누가 돼도 부담
FT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공산당 지도부에 있어 미 대선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악마'가 뽑히느냐 아니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가능한 인물이 되느냐'의 선택일 뿐이라고 전했다. 클린턴은 영부인 시절부터 중국과 접촉하며 인권 문제를 제기했고, 국무장관 시절에도 2012년 방중 당시 중국의 반정부 인사를 미 대사관에 숨겨주기로 결정하는 등 중국과는 악연이다.

중국 지도부는 클린턴이 당선되면 중국내 인권을 둘러싼 문제와 남중국해 영토분쟁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예측불가능한데다, 중국과 무역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 그의 당선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트럼프가 방위 무임승차를 주장하며 자신이 당선되면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숭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군 감축 등으로 역내 세력 균형이 무너지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EU,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긴장
유럽연합(EU)은 고립주의를 표방하며 당선될 경우 미국 외교정책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부상에 바싹 긴장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해 러시아가 유럽대륙으로 세력을 확대하려는 시기에 방위비 분담 확대를 요구하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러시아의 서진을 막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역시 움츠러들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가 러시아와 화해모드로 돌아서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경제제재에 나선 유럽의 전선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또 EU가 추구하는 교역자유화도 역풍을 받아 미국과 추진 중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도 물 건너 갈 수 있다. 특히 러시아 침공을 우려하고 있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3국은 트럼프가 개입거부를 천명함에 따라 두려운 마음으로 미 대선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중동 국가들도 트럼프의 당선을 경계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 의회가 9·11테러와 관련해 유족들이 사우디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심상찮아진 사우디내 반미 감정이 무슬림 입국을 통제하겠다고 밝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더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 주둔 미군에 대한 경계에도 더 신경이 쓰이게 된다. 종교적으로 수니파인 사우디와 패권을 다투는 시아파 이란도 클린턴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클린턴이 이란에 불리한 중동 정책을 짤 수도 있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 국내 과격파 입지가 강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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