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날 추 대표의 양자 단독영수회담을 받아들인 건 하야 등을 포함한 여론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뾰족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박 대통령은 이번 양자회담 기회를 살려 정국수습을 위한 전기로 마련하기 위해 회담 자리에서 충분한 권력이양 의지 등을 포함한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주최측 추산 100만명이 참석한 촛불집회에서 국민들의 불만 표출을 확인하면서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예고되고 있다.
3차 대국민 담화 내용에 담길 후속조치가 국민 여론에 부응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추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통해 3차 대국민 담화의 내용과 강도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탈당을 비롯해 전면적인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하는 전면적 2선후퇴를 포함한 다각도의 후속조치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총리권한' 직접 언급 주목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박 대통령은 15일 회담에서 최순실 파문 관련 유감의 뜻과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을 재차 밝히는 동시에 야당에서도 정국수습을 위해 최대한 협조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난 8일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해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한 내용에 대해 국회에서 조속히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민주당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은 총리권한에 대해 직접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국회추천 총리에게 "내각 통할권, 각료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 모두를 앞으로 총리가 강력하게 행사하는 것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2차 대국민 사과에서 총리 권한과 범위에 대한 언급을 생략해 권력이양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후폭풍에 휘말린 바 있다. 이에 이번 회담에서 총리권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기존 내용의 되풀이에 불과하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여야에서 일제히 제기하는 박 대통령 2선후퇴나 퇴진 요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이 제시될 것인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일단 청와대는 헌법상 대통령의 책임과 책무 준수에 따라 '2선후퇴'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양자회담 중대 분수령 예고
박 대통령과 추 대표 간 양자회담은 정치권과의 꽉 막힌 소통을 뚫는 전기가 될 수 있는 반면 회담 결과에 따라 사태가 급속도로 더욱 악화될 양날의 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과의 영수회담이 야3당의 반대로 무산된 데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2선퇴진 여론이 거세지는 등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이 와중에 여야 대표들이 함께 모이는 영수회담 자리는 아니어도 일단 제1야당 대표 측에서 양자 영수회담을 제안해옴에 따라 순차적으로 정치권과 소통할 수 있는 경로가 확보됐다는 분위기다.
추 대표와의 양자 영수회담에 이어 다른 정당들과도 같은 방식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지난주 불발된 여야 대표들과의 영수회담 불씨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추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전격 수용한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가 임박한 데 따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미 검찰조사에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주 검차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도 수용함으로써 대통령 권력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박 대통령과 추 대표 간 양자회담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을 향한 퇴진 압박이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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