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00만명 추방"
【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강경 반이민정책에 맞서 '불법체류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대도시들이 잇따르고 있다. 불법 체류자 안전도시, 이른바 '피난처 도시'를 자처했던 시카고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이 여기에 속한다.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후 불법체류자 처리를 놓고 연방정부와 일부 대도시간 알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 이후 시카고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많은 이민자 사회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시카고는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피난처 도시로 남을 것임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피난처 도시' 정책은 미국 교회들이 1980년대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피난 온 중남미 불체자들을 추방 위기에서 보호하기 위해 처음 시작됐다.
이매뉴얼 시장은 "우리는 법적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시민에게 공평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서류 미비자라고 해서 감옥에 가거나 추방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모두 안전하게 보호받을 것이며 시카고는 이들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찰리 벡 LA 경찰국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무관용' 방침에도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서지 않는다는 원칙을 계속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벡 국장은 "우리 LA 경찰은 특정인의 체류 신분을 둘러싸고 법 집행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국토안보부와 함께 불법체류자 추방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지난 8일 미 대선에서 승리하자 뉴욕, LA, 시애틀,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해 다수 도시들이 잇따라 '피난처 도시'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지난 11일 LA 이민자 인권 단체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LA 시는 트럼프의 이민정책과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불체자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역시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가 뉴욕시의 불법체류자나 건강보험.여성인권 등의 정책에 간섭하려 한다면 정면으로 부딪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내년 1월 정식 취임하면 이들 대도시와 불법체류자 처리를 놓고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미 언론은 예상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유세에서 피난처 도시에 대해 연방정부 자금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는 너무 많은 불필요한 죽음을 야기하는 피난처 도시를 끝낼 것"이라며 "연방정부에 협조하는 것을 거부하는 (피난처) 도시들은 자금을 받지 못할 것이며 의회와 협력해 연방정부에 협조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각 도시들이 현재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자금은 뉴욕의 경우 60억달러, 샌프란시스코는 최대 10억달러라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에도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CBS방송의 시사프로 '60분'에 출연해 "우리가 할 일은 200만명, 300만명이 될 수도 있는 범죄자, 전과자, 범죄 조직원, 마약상을 추방하거나 감옥에 보내는 것"이라며 "국경을 안전하게 하고 모든 게 정상화된 다음에 누가 (미국에 잔류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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