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에 위치한 미리시다. 말레이시아는 크게 수도 쿠알라룸푸르가 속한 본토와 보르네오 섬이 있는 동 말레이시아로 나뉜다. 아마존과 함께 ‘세계의 산소 탱크’로 불리는 보르네오 섬에는 세 개의 나라가 있다. 섬의 남쪽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Kalimantan), 북쪽은 동 말레이시아, 그리고 섬 가운데는 브루나이 왕국(Brunei)이 자리 잡고 있다. 동 말레이시아는 동쪽의 사바 주와 서쪽의 사라왁 주로 나뉘는데 사바 주의 유명 휴양지가 코타키나발루다.
그 중 주도가 쿠칭인 사라왁 주는 여러 면에서 아주 흥미로운 곳이다. 우선 말레이시아인들도 사라왁을 가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허가된 체류 기간을 지나게 되면 추방되는 말레이시아 내의 또 다른 국가인 셈이다. 주의 면적은 말레이시아 본토보다도 크다. 석유를 포함해 지하자원이 풍부해 국민소득이 말레이시아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곳이다. 주민 구성은 이반족을 비롯한 원주민이 20%, 말레이계 30%, 그리고 중국계인 화교가 50%를 차지한다.
사라왁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미리'는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의미다. 이 곳은 원유 생산지다. 캐나다인 거주 지역인 '캐나다 힐'에서 우물을 파다가 처음 석유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곳이 말레이시아 내에서 개인 소득이 가장 높은 것은 바로 석유 때문이다. 현재 한국 교민은 거의 없다.
프로펠러 비행기로 30분 가면 유네스코 헤리티지가 지정한 세계 10대 경관 중 하나인 구눙 물루 국립공원이 있다. 해발 2378m의 구눙 물루에 위치한 동굴은 길이 278km다. 물루 공항에 내려 카누를 타고 강을 20분 가량 거슬러 올라가면 동굴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클리어 워터 동굴(Clear Water Cave), 레이디 동굴(Lady Cave), 바람 동굴(Wind Cave)이 개방되어 있다. 억겁의 세월을 걸려 종유석과 석순이 만들어낸 장관에 연신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 곳은 골퍼들에게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미리 시내에는 현재 이스트우드 밸리 골프&CC, 미리GC 등 2개의 골프장이 있다. 하지만 석유 의존도가 컸던 시가 점차 관광 수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국제적 규모의 새로운 골프장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그 중에서도 이스트우드 밸리 골프&CC는 금번 본지와 골프트래블이 공동으로 실시한 아시아 100대 코스에 선정된 명문 골프장이다.
공항에서 5분, 미리 시내에서 5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골프장 내에 리조트가 있어 체류형 골프장으로는 안성마춤이다. 전체적으로 코스는 플랫하다. 페어웨이 한 가운데 IP지점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는데다 주변에 자연 상태의 워터 해저드가 많아 난도가 높은 골프장이다. 일단 티샷시 벙커를 넘기느냐, 벙커를 비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 좋다. 벙커 등 트러블 지역만 피한다면 휴양지 골프장에 걸맞게 좋은 스코어를 기대할 수 있다. 아일랜드 파3홀인 3번과 8번홀 공략이 묘미가 있다. 9번홀(파5)은 전장이 긴 편이다. 호수를 2번 넘겨야 하므로 드라이버 비거리가 공략의 관건이다.
미리GC는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영국이 점령했을 당시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리 해변과 강 사이에 위치해 있다. 미리시 다운타운과 아주 가까워 숙소에서 접근성이 좋다. 탄탄대로의 평지이지만 좁은 페어웨이, 페어웨이 양쪽으로 도열해 있는 아름드리 나무, 그리고 긴 전장으로 공략이 쉽지 않다. 현재는 회원들이 운영중이어서 관리가 다소 허술하다. 코스 중간중간에 있는 원주민들의 거주지가 들어서 있는 것도 이채롭다. 원주민들의 가게가 그늘집으로 이용된다.
미리 시에서 국경을 넘어 자동차로 1시간 30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브루나이 엠파이어 호텔CC도 반드시 들러야할 명소 중 하나다. 내달 28일부터 브루나이 항공이 직항으로 취항하게 되면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다. 7성급 호텔 브루나이 엠파이어 호텔에 있는 이 골프장은 지난 2012년에 아시아와 유럽간 남자골프 대항전인 로얄 트로피가 개최되었던 곳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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