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카스트로 타계···트럼프 당선자, 美-쿠바 관계개선 흐름 되돌리나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7 15:57

수정 2016.11.27 15:57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타계에 대해 미국 정계는 대체로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대선기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히는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비판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카스트로 전 의장을 ‘야만적인 독재자‘로 표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쿠바와의 외교관계 개선노력을 되돌릴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카스트로의 타계소식에 대해 "역사는 한 인물이 그의 주변 사람들과 전 세계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기록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 60년간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불협화음과 상당한 정치적 불일치로 점철돼 왔다"며 "앞으로 우리는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미래를 바라볼 것이다. 쿠바인들은 미국에 그들의 친구와 파트너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성명에서 "전세계는 자국민을 거의 60년간 억압했던 야만적인 독재자의 타계를 목격했다"며 "피델 카스트로의 유산은 총살형과 절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가난, 그리고 기본적인 인권의 부정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쿠바가 여전히 전체주의 체제의 지배를 받지만, 카스트로의 타계는 (쿠바인들이) 너무 오랫동안 참아야 했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며, 훌륭한 쿠바인들이 마침내 마땅히 가져야 했던 자유 아래에서 살 수 있는 미래로 이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우리(미국) 정부는 쿠바인들이 번영과 자유를 향한 여행을 마침내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공화당의 다른 주요 인사들 역시 비판적이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과 함께 그의 정권이 행했던 잔혹행위와 압제도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카스트로는 죽었지만 슬프게도 그의 시대의 특징인 압제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카스트로의 통치는 (쿠바) 국내에서는 억압, 국외에서는 테러리즘 지원이라는 유산을 남겼다"며 "불행히도 (피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 역시 자유를 바라는 쿠바 국민들에게는 (피델과 비교했을 때) 더 낫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쿠바계 주민 밀집지역 '리틀 아바나'는 카스트로의 타계소식이 알려진 지난 25일 밤부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쿠바계 미국인 상당수가 카스트로 집권 이후 공산 독재를 피해 미국으로 탈출했거나 그렇게 미국으로 온 사람들의 자손들이기 때문이다. 약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쿠바계 미국인들 중 카스트로가 집권한 이후 각종 경로를 통해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은 최소 50만명에 이른다.

한편 카스트로 타계로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인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와 외교관계 노력이 뒷걸음질 칠 지 의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카스트로 정권이 정치, 종교적 자유, 정치범 석방 등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양국의 국교를 정상화한) 행정명령을 뒤집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의 재무부 담당팀에 쿠바 독재 정권에 비판적인 쿠바계 로비단체 미국·쿠바 민주주의 정치행동위원회(PAC)의 마우리시오 클라베르 카론 위원장이 들어간 것도 트럼프 정권의 쿠바 정책이 강경해질 것을 예고한다.
카론 위원장이 인수위에 들어온 것은 트럼프가 쿠바와의 관계를 뒤집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신호라고 WSJ는 분석했다. sjmary@fnnews.com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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