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케이블TV 업계가 이른바 '원(ONE)케이블 전략'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케이블TV비상대책위원회는 인터넷TV(IPTV) 업계와 공정경쟁 방안의 하나로 '동등할인.동등결합'을 추진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동등결합'은 IPTV사업자가 방송, 인터넷, 유무선전화의 결합상품을 제공하는 것처럼 케이블TV 사업자도 통신사의 이동전화 서비스를 빌려서 방송과 유무선통신 결합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경쟁력 위기를 맞은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모바일 결합금지' '유선상품 재판매 금지' '이동전화 추가회선에 대한 유무선 결합금지' 등을 통해 IPTV를 견제하면서 한편으로는 케이블TV의 유무선 결합상품 개발을 염두에 둔 현실적 요구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업계의 이 같은 요구에 따라 정부가 동등결합을 포함한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연내 마련키로 했다고 하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케이블TV 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현재의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동등결합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2008년 5월 동등결합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지난 4월 방통위 고시가 나올 때까지 8년간 동등결합 신청은 없었다. 케이블TV 업계는 SK텔레콤이 직접 판매하는 IPTV 결합상품과 동등한 수준의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은 자사 유통망을 이용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과 IPTV(방송) 상품을 재판매 혹은 위탁판매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 재판매를 시작한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 동안 SK브로드밴드의 누적가입자가 112만명 줄어든 반면 SK텔레콤은 228만명이 늘었다. 위탁판매 결과 방송서비스가 이동통신서비스에 덤으로 끼워 팔린 결과다.
결국 케이블TV 사업자들이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상품을 제공받아 결합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해도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체보다 월등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통해 자회사 IPTV서비스를 자사 이동통신과 묶은 결합상품 판매가 지속되면 케이블사업자들이 만든 결합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합상품 시장 구조에 관한 근본적 고민 없이 동등결합 상품을 서둘러 내놓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마침 정부가 동등결합 판매와 관련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한다. 여기에는 동등결합 절차나 대가산정, 결합상품 판매 및 할인방식 등 세부 사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행정절차만 정할 게 아니라 동등결합 상품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도 담겨야 한다.
하주용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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