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치고 윽박지르고… 답변할 땐 말 자르고…
재벌 총수들을 상대로 한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는 의원들의 호통과 윽박지르기 등 과거 구태가 여전했다. 여야 의원들이 그룹 총수들을 향해 핵심 의혹들에 대해 추궁하는 과정에서 큰 목소리로 면박을 주거나 반성을 강요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 청문회에 앞서 과거 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답변 내용과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지적하며 "아는 것이 무엇이냐"며 짜증을 냈다.
또 박 의원은 이 부회장에게 문책과 신상필벌에 대해 질문한 후 이 부회장의 특검조사에 응하겠다는 답변에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 연습해온 대로 대답하지 말라"며 말을 자르고 나섰다.이어 박 의원이 "이 부회장은 모르는 게 많고, 기억력이 별로 안 좋은 것 같다. 이 부회장보다 아는 것이 많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넘겨야 하지 않느냐"고 모욕을 줬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이 부회장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어가자 "300억원이 껌값이냐.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300억원을 기억 못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안 의원은 이 부회장에게 나이를 물은 뒤 "아직 쉰살이 안됐는데 평소에도 남이 질문하면 동문서답하는 게 버릇이냐"고 했다.
안 의원은 재벌 총수를 상대로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물었고, 집회에 나가본 증인은 손을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손을 들자 안 의원은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고 면박을 줬다.
안 의원은 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물어 놓고는 답변을 듣지 않은 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서 말을 자르기도 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는 의사결정에 참여한 관계자가 누구냐고 질의하면서 고성을 내기도 했다.
황 의원은 이 과정에서 "이보세요"라며 책상을 여러 차례 두드렸고, 질의시간이 초과돼 마이크가 꺼진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큰 목소리로 질문을 이어가며 이 부회장을 추궁했다.
첫 번째 질의에 나선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한화그룹도 정유라에게 말을 지원했다고 주장하면서 삼성과 한화의 빅딜과 관련해 "그런 망나니에게 말까지 사줘야 거래할 수 있는 것이냐"고 김승연 회장을 다그쳤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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