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금리인상] 경제 살리려면 저금리 필요한데… 딜레마 깊어진 신흥시장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15 17:21

수정 2016.12.15 17:21

中, 美로 자본유출 확대 우려..내년 금리인상 카드 꺼낼 듯
ECB·日 등 중앙은행들도 양적완화서 긴축으로 선회
신흥시장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둔화되고 있는 경제를 부추기기 위해서는 저금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 속에 저금리는 통화가치 급락과 자본이탈을 촉진할 수 있어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 그간 돈을 풀어 양적완화를 이어갔던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점진적 긴축을 위한 출구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우선 중국의 딜레마는 신흥시장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 이날 CNBC는 모간스탠리투자운용의 신흥시장.글로벌전략 책임자인 루치르 샤르마의 말을 인용해 미국 금리인상으로 중국의 고민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저금리가 좌우하는 대출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자본 규모도 커지게 됐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선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자본 이탈을 부르는 통화 평가절하를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 5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60%포인트 폭증하는 등 막대한 채무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미국 금리인상 기조 속에 자금시장의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하면 막대한 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다.

중국을 비롯, 신흥국들은 미국 금리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가팔라지면 심각한 후유증에 직면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 저금리 기조 속에 늘린 대외채무 때문이다. 신흥국들은 급격한 자본유출을 우려해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둔화를 감수하더라도 통화가치 하락과 자본이탈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거시경제를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내년에 기준금리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지난해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올 들어 대규모로 유동성을 풀어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효과를 냈지만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효과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3.3%로 5년여 만에 최고점을 찍었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멕시코는 15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확실시된다. 중앙은행(BDM)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앞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5.25%로 끌어올렸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양적완화에서 긴축 쪽으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적당한 타이밍에 유가마저 오르고 있어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높이는 점도 호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긴축 쪽으로 출구찾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ECB는 자산매입을 내년 3월에서 12월로 연장했지만 매입규모를 내년 4월부터 800억유로(약 99조원)에서 600억유로로 줄이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결코 아니다. 필요하면 추가완화를 하겠다"라고 했지만 시장에선 ECB가 테이퍼링을 위한 전 단계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간 80조엔(약 800조원) 규모의 양적완화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행(BOJ)은 내년 중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이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더 이상 '바주카포'(강력한 통화완화정책을 비유)를 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BOJ는 지난 9월 통화정책의 틀을 '양(국채 매입량)'에서 '금리(장단기 국채 금리 조절)'로 전환한 바 있다.
변수는 일본의 물가다. BOJ의 물가상승률 2% 목표에 크게 밑도는 마이너스 물가(10월 -0.4%)에서 BOJ 긴축 신호는 사실상 양적완화 실패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BOJ는 오는 19~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갖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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