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아이들 등하굣길 걱정은 그만”…실버순찰대 ‘아동안전지킴이’ 맹활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0 17:44

수정 2016.12.20 17:44

치안 강화에 노인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일석이조’
#1.지난 8월 5일 오후 경북 경주시 구정동 모 목욕탕 옆 골목길에 일명 ‘바바리맨’이 나타났다. 30대 중반의 남성이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한 채 서 있었던 것. 때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노란 형광색 조끼를 입은 이모씨(72·여)와 김모씨(69·여)는 바바리맨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반대편에서는 학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걸어오는 중이었다. 이씨와 김씨는 다급히 소리를 질러 아이들에게 위험을 알렸고 즉시 112에 신고해 바바리맨을 붙잡았다.
#2.지난 8월 29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모 초등학교 인근에 성범죄자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을 들은 윤모씨(70)와 조모씨(71)는 학교 인근 지역에 대한 순찰을 위해 출동했고 2시간여 만에 성범죄 신상정보등록대상자인 20대 후반의 남성을 발견했다. 윤씨와 조씨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남성에게 접근한 뒤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등하굣길 학교 주변 접근금지 경고 조치를 내렸다.


취약지역 아동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활동을 벌이는 노인들이 동네 치안 강화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경찰에서 운영하는 아동안전지킴이들로, 아동범죄 예방에 노인 일자리 창출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안전지킴이는 아동대상 범죄를 예방하고 지역주민 참여 및 공동안전네트워크 구축을 실현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이날 현재 전국적으로 총 5934명이 아동안전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최초로 복지부가 시행했으며 2013년부터 경찰청 신규사업으로 편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동안전지킴이는 아동보호구역과 통학로 등에 대한 순찰과 지도 등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13년부터 복지부에서 업무를 인계받았다”며 “현재는 경찰 주관으로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고 인적 안전망 구축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동안전지킴이는 퇴직 경찰관 및 교사 등 노인전문인력으로 선발된다. 재향경우회나 대한노인회 등에서 추천한 60세 이상 75세 이하의 건강한 노인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경찰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된다. 노란 형광색 조끼와 모자 등 정해진 복장을 착용하고 신분증을 휴대한 채 아동 안전사고 예방 등 업무를 한다.

2인 1조로 현장에 배치되며 학교와 지자체에서 요청하는 시간에 하루 3시간 정도 통학로, 놀이터, 공원 등을 순찰한다. 아동범죄 예방 뿐만 아니라 미아 보호 및 불량학생 선도 등 아동 안전사고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경찰은 아동안전지킴이가 아동범죄 예방과 비행 청소년 선도 등 동네 치안 강화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아동안전지킴이로 선발되면 1인당 한 달 평균 30만원을 받을 수 있어 노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안전지킴이의 활약으로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고 사회적 약자 보호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동안전지킴이가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봉사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어 경쟁률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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