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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까지 쳐들어간 의원들 “구치소냐, 최순실 보호소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6 17:39

수정 2016.12.26 17:39

19년만의 구치소청문회 무산..국회 자존심 내걸고 갔지만 법무부·구치소와 신경전만
"아파서 못나오냐" 추궁하자 구치소측 의료과장은 침묵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19년 만이다. 지난 1997년 한보사태 이후 처음으로 구치소 현장청문회가 열렸다. 26일 서울구치소를 찾은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의 표정은 어느 청문회 날보다 진지했다. 국회 자존심을 걸고 구치소까지 온 이상 기필코 최순실을 불러내 신문하겠다는 의지가 위원들의 격앙된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최순실을 청문회장으로 불러내려는 청문위원들의 노력은 힘겨웠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증거자료를 준비하느라 정회(휴식) 시간도 반납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최순실 옆 수감방이라도 내게 달라. 끝까지 캐내겠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이날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은 끝내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직접 수감동을 방문해 질의하는 이른바 '감방 청문회'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와 서울구치소 측이 위원들의 수감동 방문에 난색을 표하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5공 청문회 당시에도 직접 감방 조사를 했었다는 국조특위 위원들의 주장에 홍남식 서울구치소장이 "그런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하며 청문회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발언이 끝나자 청문위원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홍 구치소장을 쏘아봤다.

법무부가 조직적으로 청문회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연신 터져나왔다.

최순실의 건강상태를 담당하는 조수현 서울구치소 의료과장의 우물쭈물거리는 답변 태도는 고조된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김성태 위원장이 "법정, 특검 조사에는 설 수 있고 청문회에서만 몸이 아파 답변을 못한다는 말이냐"고 지적했지만 조 의료과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조 의료과장의 답변 때 홍 구치소장이 꼬집으며 답변을 방해했다는 방청객 제보가 들어오며 청문위원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이날 여야 청문위원들은 구치소 현장에 나온 취재기자들을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국민의 관심이 서울구치소로 쏠려있는 만큼 알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비록 결렬되긴 했지만 청문위원들은 최순실 수감동에 취재기자와 촬영기자 등을 동행시키려고 구치소 측과 끝까지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측 한 의원은 기자들을 향해 "꼭 백블(비공식 브리핑)을 해주겠다"며 협조적 자세를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감방 청문회'에 동석하지 못한 촬영기자를 대신해 휴대폰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직접 진행했다. 박 의원은 방송을 통해 "무장한 병력이 국회의원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지금 서울구치소는 최순실 보호소다"라고 성토했다.


한편 위증교사 의혹으로 국조특위 위원직 사퇴를 발표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이날 구치소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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