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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사석원 '닭'..文·武·勇·仁·信의 상징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9 17:35

수정 2016.12.29 17:35

[그림산책]사석원 '닭'..文·武·勇·仁·信의 상징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해가 저물고 있다. 새벽을 알리는 닭의 힘찬 울음소리처럼,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닭을 그린 그림 한 점을 소개한다.

열두 띠에 속하는 닭은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 다섯 가지 덕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닭의 볏은 문(文)을, 날카로운 발톱과 적에게도 굴하지 않는 용기는 무(武)와 용(勇)을, 먹이는 다른 닭들과 함께 나누어 먹고, 동이 터오면 울음으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인(仁)과 신(信)을 의미한다.

붉은 꽃을 피운 나뭇가지 아래 자리한 닭은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우뚝 선 볏과 부릅뜬 눈, 당당히 치켜든 목부터 하늘을 향한 꽁지깃까지, 그림 속 수탉은 이상적인 모습으로 자신감을 뽐내고 있다. 한 번의 붓질로 시원하게 그려낸 꽁지깃과 갈필의 운용, 먹과 물감의 농담으로 그려낸 닭의 자태에서 동양화를 세련되게 풀어내는 사석원 작가(56)의 필력을 다시금 엿볼 수 있다.

어린 시절 다양한 동물들을 키우며 자랐던 유년의 정서가 현재 작업의 바탕이 된 사석원은 동물과 세상을 대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각이 그림에 잘 드러난다.
그간 작가를 세상에 알린 그림들은 해학이 넘치는 유쾌하고 힘이 넘치는 서양화들이었다면, 동양화로 그린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폭넓고 다양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곧 다가올 2017년 새해는 정유년(丁酉年)이다.
밝은 기운을 가진 닭의 해처럼 새해는 밝고 힘찬 기운이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김현희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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