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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카톡 연하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02 16:45

수정 2017.01.02 16:45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연하장 대신 책을 받았다. 시인이자 교수인 그가 자신의 시화집을 보낸 것이다. 선물로 받은 책 그 자체보다는 속표지 여백에 정성을 담아 쓴 그의 친필 새해인사와 서명에 살짝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동서양을 떠나 사람의 정서적 욕구는 비슷한 모양이다. e메일 등 전자메시지보다는 육필(肉筆) 사인이 포함된 오프라인 편지에서 진정성을 느끼려 한다는 점에서다.
'월가의 족집게'로 알려진 투자전략가 바이런 윈(블랙스턴 어드바이저리 파트너 부회장)도 이를 주목했던 듯싶다. 그의 인생 20훈(訓) 리스트에 "큰 신세 진 이에게 손편지를 써라"는 주문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e메일,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신년인사가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1일 새해 시작과 함께 한때 마비된 게 그 증좌다. 새해인사를 주고받는 접속자 급증으로 인한 과부하 때문이라니 말이다. 반면 우정사업본부의 2017년 판 연하장은 320만장으로 전해보다 160만장 줄었다고 한다. 하긴 대학도서관들조차 공간절약 차원에서 연간 수천권씩, 찾지 않는 오래된 책을 폐기 처분하는 세상이 아닌가.

이쯤 되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예언한 '전자촌(Electronic Cottage) 시대'가 성큼 도래한 느낌이다. 하지만 전자촌의 주민이 된 모든 이들이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을 법하다. 각종 SNS를 통해 연하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니 말이다. 전자메시지에 영혼을 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흔히 텍스트 콘텐츠 위주인 책과 종이신문은 '성찰의 미디어'로 불린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감지할 수 없는 행간의 뜻과 필자의 진정성이 읽힌다는 차원에서다.
속도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세태라지만, 아날로그 연하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국내외 기업들이 이따금 고객들에게 손편지를 보내 감성 마케팅에 나서는 배경이기도 하다.
올 설에는 고마운 분들에게 스마트폰 문자 대신에 손으로 꼭꼭 눌러 이름을 쓴 카드라도 보내야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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