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재판 중인 A씨가 옛 성폭력범죄처벌법 5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대 5(한정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02년 친구와 함께 원룸에 들어가 피해 여성의 재물을 뺏고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2015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한 A씨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를 특수강도강간죄와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옛 성폭력범죄처벌법 5조는 특수강도를 저지른 자가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저지른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헌재는 "강도의 기회에 강제추행까지 하는 것은 자신의 강도 범행을 은폐하려는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는 특수강도 범행으로 인해 극도로 반항이 억압된 상태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현저하게 침해받게 된다"며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죄질과 범정(범죄 정황)은 아주 무겁고 비난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여러 가지 불법요소가 결합돼 위험성이 극대화된 경우를 가중처벌하기 위해 결합범(여러 개의 행위가 결합해 하나의 범죄를 구성)을 규정한 경우에는 강제추행을 했는지, 강간이나 유사강간을 했는지 등은 결합범 전체의 불법 크기에 본질적인 차이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헌 정족수 6명에 한 명이 모자라는 5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 해당 조항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한철 소장과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재판관은 "강간에 비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훨씬 경미한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특수강도의 기회에 행해진 경우 강간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책임원칙에 반한다"며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한정위헌은 법 조항이 여러 뜻으로 해석될 경우 특정 범위를 벗어난 법 적용을 하면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법을 만든 입법부를 존중하고 법체계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즉각적인 위헌 결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공백을 피하고자 주로 사용하는 변형 결정이다.
한편 옛 성폭력범죄처벌법은 2010년 폐지됐지만, 새로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3조에 동일한 내용이 담겨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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