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재벌 개혁" 대선국면 맞아 어김없이 등장
정치권이 앞다퉈 대선국면을 활용해 재벌개혁 방안을 쏟아내고 있어 자칫 과도한 정책경쟁이 '반기업 정서'를 키워 또 다른 한국 경제의 복병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화된 '4대 재벌 개혁안'이 발표되면서 논란은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순실게이트로 불거진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는 정치권의 의욕도 좋지만 여야 모두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걸며 이목 끌기 경쟁에만 나설 경우 기업 죽이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벌개혁' 키워드 선점 경쟁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수성향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진보성향의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재벌 개혁' 키워드를 대선공약과 당의 정강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4대 재벌 개혁 공약 중 대기업의 업종 확대를 막기 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제2금융회사의 소유권 분리 등 강력한 대기업규제안을 먼저 발표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추상적으로 언급되던 재벌개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대권주자별로 재벌개혁 이슈를 선점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징벌적 배상제도로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고 외쳤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외에도 청와대, 검찰, 재벌개혁을 주장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주자들의 재벌개혁은 익숙한 구호로 자리잡았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집단탈당해 만든 바른정당은 정강정책에 '재벌개혁'을 명시하면서 기존 보수세력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재벌을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당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재벌개혁에 미온적이던 새누리당도 상법개정안 정책토론회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한성대 김상조 교수를 초청해 재벌개혁을 다루며 방향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선별적인 법적 접근 필요
이 같은 정치권의 재벌개혁 정책경쟁이 '일방적 또는 자극적'으로 진행되는 것보다 법적정비를 통한 선별적인 작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산분리를 비롯해 출자총액제한제, 전자투표제 등의 제도가 재벌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발 빠른 사업추진과 신사업 발굴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은 "재벌개혁의 필요성은 분명히 동의하지만 재벌개혁은 법적·제도적 완비와 강력한 실천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절대권력을 통한 재벌개혁은 또 다른 정경유착과 폐해만 만들어 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 중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으나 현재 계류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개정안부터 처리하는 노력이 진정한 재벌개혁을 위한 길이란 설명이다.
현재 담합 등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다룬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고 독립적 사외이사제 구축을 위한 상법개정안도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려 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법이란 것이 양날의 검과 같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유권자 이목을 끌려는 선정적인 정책구호보다 차근히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국회 본연의 임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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