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논란쓰] 명절 단체문자, 보내자니 '읽씹' 안 보내자니 '찝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7 09:00

수정 2017.01.27 09:00

100명짜리 '단체톡방' 생기더니 “2017년에도 건승하세요”

#. 업무적으로 아는 사이였다. 갑자기 생긴 단체방 인원은 100명이 넘어갔다. 연하장처럼 생긴 사진 하나와 짧은 안부 글이 올라왔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17년에도 건승하세요”-그에게 초대된 사람들은 일하면서 가끔 봤던 사람 몇, 모르는 사람 몇, 이름만 들어봤던 사람 몇몇이었다. 답장하는 사람보다 방을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민망했다.

새해나 명절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눕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전하며 명절 분위기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업무적인 관계나 직장 상사, 대학 선후배처럼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기는 모호한 사이도 있습니다. 보내기는 어색한데 안 보내면 찝찝할 때, 단체 문자를 보내고는 하죠.

명절에 흔히 받을 수 있는 단체 문자 유형. 업무적으로 한두 번 본 사이나 은행·보험·지자체 등이 보내는 문자, 친하지 않은 사람이 보내는 안부 문자가 '성의없다'고 지적받곤 한다.
명절에 흔히 받을 수 있는 단체 문자 유형. 업무적으로 한두 번 본 사이나 은행·보험·지자체 등이 보내는 문자, 친하지 않은 사람이 보내는 안부 문자가 '성의없다'고 지적받곤 한다.

명절마다 이런 단체 문자가 반복되다 보니 ‘짜증 난다’, ‘성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름 없는 문자, 멘트 적힌 사진만 ‘달랑’

비즈니스 관계에서 보내는 문자가 대표적입니다. 은행·보험업계와 고객 관계 거나 업무상 명함은 교환했지만 자주 왕래하지 않는 사이가 해당됩니다. 구청장·시·도지사 등 지자체에서 보내는 문자도 포함됩니다. 보내야 할 사람이 많다 보니 누구한테 보내는지도 모르겠는 단체 문자가 옵니다. 연하장 느낌 나는 사진 한 장만 보내기도 하죠. 지난해 한 지자체장이 추억 안부 메시지에 지역 행사 홍보를 함께 담아 질타 받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 A씨는 “받는 사람이 누군지 적혀있지 않은 문자는 스팸 수준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OO 님께, 하고 텍스트 붙여 넣는 건 안 힘들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교직원 B씨와 대학생 C씨도 각각 “업체나 지자체에서 오는 문자는 스팸처럼 느껴집니다” “은행 같은 데서 오는 문자는 쓸데없는 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지적했습니다.

보험업계 종사자 D씨는 업무 특성상 상투적인 안부 문자를 자주 받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답변도 상투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보내는 입장의 고민도 있습니다.

금융계 종사자 E씨는 “고객이 많으니 한 분 한 분에게 정성 담아 보내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것도 일이 돼버려서 꼭 보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어요”라고 고충을 밝혔습니다.

■보내자니 ‘읽씹’ 안 보내자니 ‘찝찝’

“그래서 올해부터는 안 보내고 있습니다”

대학생 F씨의 말입니다. 그는 ‘밥 먹자’는 의례적인 말도 영혼 없는 대화라고 평가합니다. 안 보내기는 걱정되고, 보내면 효과 없다 보니 단체 문자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교직원 B씨는 “명절에 안부 문자 보내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누구한테까지 보내야 할지,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억지로 하는 느낌이 듭니다”라는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원 G씨는 “넘기고 지나가려던 상사에게 문자를 받으면 단체 문자인 줄 알면서도 어떻게 답해야 할지 부담스럽고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명절이면 찾아오는 단체 안부문자에 대한 생각들.
명절이면 찾아오는 단체 안부문자에 대한 생각들.

■“명절 단체 문자, 필요한가”라고 질문하니..

G씨는 “자주 보기 힘든 지인들과 1년에 두세 차례 소식을 주고받는 계기가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한 통도 연락하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D씨도 필요하긴 하다고 말합니다. “오랜만에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관계 정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되기도 하죠”

“아예 안 보내는 것보다 낫다”, “지인이라면 명절 핑계로 오랜만에 연락 이어갈 수 있어서 좋다”, “간단하게라도 연락 오면 다음에 다른 연락할 때 덜 부담스럽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연락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성의 있는 명절 인사’는 뭐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살아가면서 친했던 사람과 멀어지는 일 겪어보셨을 겁니다.
싫은 사람과 업무적인 연락을 이어가야 할 때도 있죠.

짧게 툭 던지는 안부를 무성의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단체 문자 목록에 포함돼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성격만큼이나 명절 단체 문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설날에 큰 인기를 끌었던 '복주머니' 패러디. 사진 한 장 툭 던지려면 이정도 센스는 있어야?
지난 2015년 설날에 큰 인기를 끌었던 '복주머니' 패러디. 사진 한 장 툭 던지려면 이정도 센스는 있어야?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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