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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레저] 울진 겨울바다 거센 풍랑 잦아들면 봄이 오겠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9 17:09

수정 2017.02.09 21:19

달콤한 대게, 뜨끈한 곰치국.. 찰진 겨울의 맛
경북 울진으로 떠나는 맛여행, 힐링여행
울진에서만 맛보는 ‘제철 바다 밥상’
[yes+레저] 울진 겨울바다 거센 풍랑 잦아들면 봄이 오겠지

경북 울진은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을 비롯해 불영계곡, 구수곡 자연휴양림, 하트해변, 백암온천 등 몸과 마음을 힐링할 만한 곳이 즐비하다. 죽변항 인근의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 뒤로 하트해변이 보인다. 사진=조용철 기자
경북 울진은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을 비롯해 불영계곡, 구수곡 자연휴양림, 하트해변, 백암온천 등 몸과 마음을 힐링할 만한 곳이 즐비하다. 죽변항 인근의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 뒤로 하트해변이 보인다. 사진=조용철 기자

【 울진(경북)=조용철 기자】

■200살 넘은 금강송 울진소나무 군락지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 바뀐다'고들 한다. 변덕이 죽 끓듯 마음이 변한다는 의미다. 겨우내 춥다고 이불 속에 머물다가도 막상 겨울이 가려고 하니 못내 아쉽다. 겨울추위에 여지껏 움추렸다가도 어디 찾아가기 좋은 여행지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푸른 바다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고, 손쉽게 돌아볼 수 있으며, 계절 별미도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 깊은 골짜기와 푸른 동해를 모두 품고 있는 경북 울진은 태백산맥 준령에 가로막혀 있어 도서지역을 제외하곤 수도권에서 가장 먼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등허리 긁어 손 안 닿는 곳'이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

울진은 원시 그대로의 풍광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관동팔경에 속하는 망양정과 월송정, 후포갓바위.죽변등대.하트해변.촛대바위뿐 아니라 자연용출 온천수의 덕구계곡.불영사계곡.백암온천 등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장소도 즐비하다. 탁 트인 바닷길 풍광 감상은 덤이다. 이맘때엔 대게와 붉은대게가 제철이라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울진 대게조형물 일출
울진 대게조형물 일출

울진 불영계곡
울진 불영계곡

■자연용출 온천수 덕구.불영사계곡

구수곡 자연휴양림은 10㎞에 달하는 2개의 처녀계곡에 200년 이상의 이른바 '금강송'이라 불리는 울진소나무 군락지와 산양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물이 굽이치는 곳마다 18개의 크고작은 소와 폭포가 있다. 특히 양 계곡의 끝에는 각각 10m와 30m의 폭포가 있어 신비로움의 극치를 이룬다. 인근에는 전국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인 덕구온천과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수욕장이 있어 산림욕과 온천욕,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봉화 사람이 덕구온천 원탕에 갔다가 매봉산 분수령을 따라 길을 걷는 도중 길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이곳의 경관이 좋아 머루, 다래를 따먹고 세월을 보내다 갔다는 말이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다.

■뜨끈한 백암온천 묵은 피로 ‘싹~’

구수곡 자연휴양림을 둘러본 뒤 백암온천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보자. 백암온천은 무색무취한 53도의 온천수로 온천욕을 즐기기에 적당할 뿐 아니라 나트륨, 불소, 칼슘 등 몸에 유익한 각종 성분이 함유되어 만성피부염, 자궁내막염, 부인병, 중풍, 동맥경화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 광해군 시절인 1610년 "판중추부사 기자헌이 풍질 치료를 위해 '평해땅 온천'에서 목욕하기를 청하니 광해군이 '잘 다녀오라'며 휴가를 주고 말을 지급했다"는 문헌으로 보아 백암온천의 오랜 역사와 효험을 잘 알 수 있다. 신라시대 한 사냥꾼이 창에 맞은 사슴이 상처를 치유하고 도망가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보니 사슴이 누워 있던 자리에서 뜨거운 샘이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했다는 전설도 남아 있다.

찬바람이 불어야 제맛이 든다는 대게와 홍게는 지금이 제철이다. 국물이 시원한 곰치 국도 빼놓을 수 없는 울진의 별미다. 사진=조용철 기자
찬바람이 불어야 제맛이 든다는 대게와 홍게는 지금이 제철이다. 국물이 시원한 곰치 국도 빼놓을 수 없는 울진의 별미다. 사진=조용철 기자

■다리 똑 분지르면 대게 살이 오동통

백암온천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나니 허기가 진다. 제철 해산물 듬뿍 올린 싱싱한 밥상이 기다리는 후포항을 찾아갈 차례다. 울진에서 요즘 꼭 맛봐야 할 해산물로는 줄가자미(이시가리), 대게, 붉은대게(홍게), 문어 등이 꼽힌다. 여기에 곰치국이 곁들여진다. 속풀이 음식으로는 그만이다.

대게를 빼고 어찌 울진의 제철 음식을 말하랴.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제맛이 든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라고 하지만 다리마다 살이 차려면 역시 2월은 돼야 한다. 다리 중간쯤을 뚝 자르면 오동통한 게살이 스르륵 딸려나온다. 붉은대게도 북풍에 맛이 들고 살점도 오른다. 물오른 살은 짭조름하면서도 달다. 외형은 대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껍질에 붉은 기가 더한 정도다. 하지만 삶아서 뒤집어보면 확연히 달라진다. 배가 하얀색이면 대게, 등딱지도 배도 붉은 색이면 붉은대게다. 보통은 대게처럼 쪄서 먹지만 매콤하게 끓여내는 홍게탕도 일품이다.

죽변 등대
죽변 등대

■후포항 홍게 경매 또다른 여행 재미

예전엔 잡히는 대로 죄다 일본으로 수출됐기 때문에 살아 있는 홍게 경매 모습을 보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다르다. 우리나라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붉은대게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제대로 여문 붉은대게를 위판장에서 만날 수 있다. 후포항의 경우 대게 경매는 오전 7시30분~8시30분 안팎에 이뤄지며 홍게 경매는 대게 경매 이후에 진행된다.

대게의 맛이 익어갈 무렵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오는 3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한마음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에서는 월송 큰줄당기기 등 전통 민속놀이와 더불어 대게 플래시몹, 대게송, 대게춤 등 다양한 대게 주제 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지역 수산물을 판매하는 '방티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울진의 맛있는 수산물을 회, 찜, 탕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현지에선 일본말 '이시가리'로 통용되는 줄가자미. 줄가자미는 어쩌다가 경매장에 나오더라도 양이 그리 많지 않은 귀한 녀석이다. 줄가자미는 1~2월이 제철이다. 줄가자미는 회를 뜨면 약간 분홍빛이 감도는 하얀 살이 시각적으로도 구별된다. 회는 뼈째 썰어야 제 맛이 난다. 3월이 지나면 뼈가 단단해져서 맛이 떨어진다. 탄력 있는 육질과 적당히 씹히는 뼈의 질감이 조화를 이룬다. 씹을수록 고소하다. 줄가자미의 고소함을 더해주는 데는 된장이 어울린다. 역시 비싼 값을 주더라도 겨울철에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yes+레저] 울진 겨울바다 거센 풍랑 잦아들면 봄이 오겠지

■탱글탱글 야들야들 민머리 문어 제맛

울진의 또 다른 명물 문어. 커다란 민머리와 몸통,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우스꽝스러운 겉보기와 달리 '글의 생선(文漁)'이라는 우아한 이름하며 경상도 사람들의 애경사에 빠지지 않는 귀한 몸이다. 설명절에서 정월대보름으로 이어지는 요즘이 제철로 가장 맛있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숙취와 보양에 좋은 문어는 뜨거운 물에 데쳐 초장이나 기름소금에 찍어 먹으면 그만이다.
탱글탱글 야들야들한 속살이 입에서 춤을 춘다.

울진 앞바다에는 이른바 '짬'이라는 갯바위가 형성돼 있어 참문어가 많이 생산된다.
울진 참문어는 육질이 연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며 타우린 성분과 필수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과 원기충전에 좋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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