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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위해 담뱃값 올렸던 정부, 가향담배 규제는 손놨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2 19:46

수정 2017.02.12 22:07

특정한 맛.향 첨가해 청소년 등 젊은층 흡연 유도
자극 없어 유해물질 더 흡수.. 캡슐담배 판매량 최근 3년간 5배 늘었는데 외국과 달리 규제 전무
금연 위해 담뱃값 올렸던 정부, 가향담배 규제는 손놨다

최근 캡슐담배 등 가향담배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캡슐담배 판매량 및 시장점유율은 2012년 9800만갑(2.3%)에서 2015년 4억8700만갑(15.0%)으로 6.5배 급증했다. 또 2014년 기준 전 세계 캡슐시장 규모를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 9위의 캡슐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향담배, 신규 흡연자 유도

가향담배는 담배 특유의 독하고 매캐한 향 대신 특정한 맛과 향이 나도록 설탕 및 감미료(포도당, 당밀, 벌꿀 등), 멘톨, 바닐린, 계피, 생강 등을 첨가해 만드는 담배 제품을 말한다. 이중 캡슐담배는 궐련 필터에 향료캡슐을 내재해 흡연자가 흡연하는 과정에서 필터를 눌러 캡슐을 터뜨림으로써 향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담배다.

담배 회사들이 담뱃잎이 건조되는 과정에서 알칼리성을 띠게 되어 맛이 더욱 아리고 매캐하게 되므로 향료에 담뱃잎을 담그거나, 담뱃잎에 향료를 분사해 산도를 조절함으로써 담배 연기를 부드럽게 하는 공정 처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향담배는 담배의 독성과 중독성을 심화시키는 위해성이 있으며, 청소년 및 젊은 성인층의 흡연 진입을 유도하기 때문에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를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설탕과 같은 감미료의 경우 연소되면서 발암물질로 잘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한다.
또 코코아 성분 중의 테오브로민은 기관지를 확장시켜 니코틴이 흡연자의 폐에 보다 용이하게 흡수되게 한다.

특히 대표적인 가향물질인 멘톨은 말단 신경을 마비시켜 담배연기를 흡입할 때 느껴지는 자극을 감소시키고 흡연자가 담배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더욱 많이 흡수하도록 한다.

다국적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내부문건에 따르면 멘톨을 함유한 캡슐담배(최대 9.8mg)가 일반 멘톨담배(2~5mg)보다 멘톨 함유량이 높을 뿐 아니라, 캡슐을 터뜨렸을 때 최대 1.29mg 수준으로 일반 멘톨담배(약 0.4~0.8mg)보다 월등히 많은 멘톨을 담배연기와 함께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 국내에서 시판중인 캡슐담배 29종(캡슐 기준 33종)에서 총 128종의 성분이 검출됐으며 특히 멘톨은 모든 종류의 캡슐에서 발견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가향담배가 기존 흡연자보다는 아동, 청소년 및 젊은 성인층을 신규 흡연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는 12~17세 중 80.8%가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 비교 분석했을 때 12~17세 청소년의 경우 2007년 이후부터 멘톨담배 흡연율이 일반담배 흡연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해외 가향담배 규제 실시

이에 따라 외국에서는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호주는 거의 모든 주정부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는 업계의 가향전략을 규제하기 위해 과일향이나 사탕류의 향을 함유한 궐련의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도 2009년부터 멘톨을 제외한 바닐라, 초콜릿, 체리 등 '특정 향'을 포함한 궐련의 제조, 마케팅 및 판매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EU는 2016년부터 궐련과 말아 피우는 담배에 가향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향물질을 담배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관련 규제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3에 따른 '가향물질 함유 표시 제한'뿐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김지혜 선임연구원은 "담배 제품의 성분 공개 의무화 조치를 통해 가향규제를 적극 추진하고 정책 환경을 고려한 전략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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