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80년대 후반 일선 정치부기자로 첫발을 내디녔다. 6공 초기인 그때는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 소위 '3김'이 이끈 평화민주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등 야3당이 정립한 4당 체제였다. 집권당이었던 민정당만 자기 당사가 있었다. 당시 여의도백화점 건물에 세 들었던, 채광도 잘 안 돼 침침한 느낌을 주던 평민당사를 출입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민주당 측은 이번에 "수권 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추자"는 차원에서 국회 앞에 10층짜리 건물을 구입했단다. 약 200억원이란 적잖은 비용을 들인 만큼 여느 때보다 집권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특히 건물 매입비의 80%를 10년간 나눠 갚는 조건으로 빌린 데서도 여당으로서 롱런하겠다는 기대치가 반영된 느낌이다.
민주당 구성원들로선 그런 기대와 자부심을 가질 만할 듯 싶다. 오랜 곁방살이를 청산하고 번듯한 단독 주택에 입주하는 소시민의 심경이 그렇듯이…. 다만 정치 문화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다른 생각도 든다. 원내 중심 정책정당을 지향하는 게 세계적으로 정치발전의 순방향이라는 점에서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등 양대 정당이 워싱턴에 전국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사무실 규모는 중앙당사라고 하기엔 놀랄 정도로 작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평상시 중앙당사 상주 인원이 50명 정도밖에 안 된다. 4년마다 열리는 대선 전당대회 때를 빼고는 각 당의 정책 활동이나 입법 민원이 상.하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프랑스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의 말처럼 21세기는 '디지털 유목민'시대다. 디지털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표현 그대로 사무실이 따로 없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고 정치적 여론을 형성하는 게 대세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머드 당사'는 솔직히 거꾸로 가는 느낌도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