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반디/다산책방
반디/다산책방
"진실한 생활이란 자유로운 곳에만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리는 반체제 작가 반디(필명)의 소설 '고발'(다산책방)이 3년 만에 재출간됐다.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써서 반출시킨 소설이라는 것만으로도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오는 3월 영미권을 비롯한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맞춰 재출간된 '고발'은 작가의 최초 원고를 충실하게 살려 작품이 지닌 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14년 첫 출간 당시 북한 작가, 원고 반출 과정 등이 화제가 됐다면 이번에는 작품이 지닌 가치와 의의, 문학성 등을 다시 평가하자는 취지다.
다소 잠잠했던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세계 출판계의 일대 사건'으로 불리며 반응이 뜨겁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에 비견되며 전 세계 20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었고, 문학전문지 '더 밀리언즈'는 올해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로 '고발'을 꼽은 바 있다.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가 번약한 영국판은 지난해 영국 펜(PEN) 번역상을 수상해 문학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소설은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7가지 이야기로 드러난다. 몰래 피임약을 먹고 자신이 출근한 뒤에 또 밥을 짓는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 여행증 없이는 이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노모의 임종을 지키려는 아들, 창밖으로 보이는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배우인 아들이 보여준 현실의 부조리 앞에 혼란스러운 아버지 등. 어쩌면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가 북한이라는 고립된 공간과 맞나 끔찍한 일상의 부조리로 펼쳐진다. 그 속에서도 존재하는 인간애와 부드러움은 이질적이지만 한편으론 당연하다.
'고발'은 절망과 암흑의 끝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초상화다. 동시에 인간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말할 수 있고, 생각의 자유를 요구하는 용기는 그것을 억누르는 힘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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