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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식품업체 크래프트하인즈, 유니레버 M&A 무산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0 19:01

수정 2017.02.20 22:04

인수계획 너무 빨리 퍼지고 영국여론 악화로 협상 무산
미국 대형 식품업체 크래프트하인즈가 1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네덜란드 합작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에 대한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인수가 무산된 원인으로 계획이 너무 일찍 알려져 협상이 어려워진데다 인수합병(M&A)에 대한 영국 여론이 예상보다 나빴던 점을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양사는 1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인수 협상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니레버가 지난 17일 크래프트하인즈가 제시한 1430억달러(약 164조원)가 너무 적다며 협상을 거부한 지 이틀만이다. 양사가 합병에 성공할 경우 세계 2위의 소비재 기업이 탄생할 전망이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두 기업의 합병 제안을 평화적으로 철회하기로 합의 했다"며 양사가 각자 기업에 깊은 존경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이와 별도로 성명을 내고 "인수 소식이 너무 이른 단계에서 공개됐다"고 밝혔다. 익명의 관계자는 "크래프트하인즈는 유니레버 브랜드를 유지하는 등 상당히 많은 양보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인수 소식이 너무 급히 알려져 협상이 어려워졌다"고 귀띔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조금씩 인수가액을 높일 예정이었으나 유니레버는 17일 크래프트하인즈의 제안이 "근본적으로 유니레버의 가치를 낮게 보고 있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인수 협상은 영국 정부의 반대와 현지 여론의 악화로 더욱 어려워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여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인해 영국 대기업이 외국기업에 팔리는 상황을 몹시 우려했다. 영국 정부는 특히 미 식품업체 크래프트푸드가 지난 2010년 영국 식품업체 캐드버리를 인수하며 현지에 공장을 남긴다는 약속을 어긴 사례로 인해 이번 합병을 더욱 경계했다.

FT에 따르면 크래프트하인즈의 대주주인 미 투자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과 브라질 투자사 3G캐피탈의 호르헤 파울로 리먼 회장은 19일 오전 회의를 열고 인수 철회를 결정했다. 두 사람이 가진 크래프트하인즈 지분을 합하면 약 50% 수준이다.
관계자에 의하면 이들은 회의에서 영국 정부의 적대적인 반응에 놀랐으며 협상을 더 끌어봤자 이득이 적다고 판단하고 인수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FT는 크래프트하인즈가 유니레버 인수 철회 이후 다른 인수 대상을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 식품업체인 몬델레즈인터내셔널이나 제너럴밀스가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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