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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평화 상징 3.1절에 폭력시위 없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8 17:09

수정 2017.02.28 17:09

촛불·태극기 충돌 가능성.. 정치권이 자제 호소해야
1일은 제98주년 삼일절 기념일이다. 약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일제의 폭압에 맞서 평화적으로 떨쳐 일어났다. 이 뜻깊은 날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에 아연 긴장감이 흐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과 찬성하는 세력이 물리적 충돌을 빚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3.1운동은 져도 이기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촛불.태극기 충돌은 누가 이겨도 지는 싸움이다. 지난 몇 달간 애써 쌓은 평화적 시위의 공든탑이 무너질까 걱정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월 28일 담화를 냈다.
귀담아들을 대목이 적지 않다. 정 의장은 "탄핵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건 깨끗이 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을 향해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광장을 메우는 것은 결국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상이 그렇다. 정치판엔 온통 시위를 부추기는 정치꾼들로 가득하다. 말로는 승복하자면서도 국민이 저항권을 행사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자고 말하면 지금은 분노하고 정의를 세울 때라고 말한다. 하지만 촛불도 분노와 정의를 말하고, 태극기도 분노와 정의를 말한다. 결국 우리 편이 이겨야 분노와 정의의 승리다. 독선과 아집이 아닐 수 없다.

광복 직후 나라가 두 동강이 났다. 전승국 외무장관들은 한국을 5년간 신탁통치하기로 했다. 당시 우익은 반탁, 좌익은 찬탁으로 쪼개졌다. 둘은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렸다. 그 와중에 정치인 암살 같은 테러가 횡행했다. 지금 상황을 70년 전 찬탁.반탁 시절에 빗대는 이들도 있다. 갈등의 원인이 신탁통치에서 탄핵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번 싸움은 누가 이겨도 상처뿐인 '피로스의 승리'다. 고대 그리스 에피루스의 왕 피로스는 로마에 두 번 이겼지만 결국 최후 승리는 로마 차지였다.

정세균 의장은 "국민 통합에 1차적 책임을 진 정치권과 정부가 갈등과 분열의 또 다른 진앙지가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력시위를 책임지고 막겠다고 나서는 대선주자를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참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지도자라면 시위대에 끼어 촛불을 들고 태극기만 흔들 게 아니라 폭력시위 자제를 호소해야 한다. 당리당략을 버리고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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