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맞벌이 부부가 늘고, 평균 출산 연령이 높아진 데다가, 경제적·직업적 이유로 산후조리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적잖다. 출산 후에는 적어도 2~8주 집중적으로 관리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가벼운 조리만 마친 뒤 쉴 틈 없이 육아에 나서고, 석 달도 안 돼 업무에 복귀하다보면 결국 온몸이 시큰거리는 통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서양 여성은 산후조리 없이 바로 일상으로 복귀한다'며 산후조리를 '사치'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서양인의 신체 구조는 엄연히 차이가 나고, 골반이 좁고 작은 동양 여성은 서양 여성에 비해 회복속도가 느린 편이다. 서양에서는 산모가 출산 후 온전히 육아에 나서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점도 차이가 난다.
조진형 광동한방병원 산후센터 원장(한방부인과 전문의)은 3일 "출산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마친 산모는 그야말로 기진맥진한 상태"라며 "온몸의 백골(白骨)이 열리고, 골반을 비롯한 전신 관절이 이완되며, 하혈 후 기혈순환이 떨어져 빈혈에 시달리고, 오장육부 기능이 허약해져 소화 및 배설 기능 등 신진대사가 떨어져 극도의 허약상태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출산은 단순히 체력을 떨어뜨리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신 전 척추질환을 가졌거나, 평소 자세가 좋지 않거나, 체중이 심하게 불어났거나, 출산 후 모유수유에 나서면 시큰시큰한 손목·어깨 결림·요통·골반통증·허리디스크 같은 통증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조 원장은 "산모 중에는 통증이나 불편이 생겨도 대개 '괜찮아지겠지' 하고 참다가 증상이 크게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기 마련"이라며 "분만 후 지친 몸은 단순 휴식만으로 저절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고 충분한 산후관리를 받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직장을 다니는 여성도 부담 없이 시간을 낼 수 있는 산후관리 특화 프로그램을 갖춘 한방 산후클리닉이 늘고 있다. 광동한방병원의 경우 바쁜 산모들을 위해 필요한 치료만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도록 특화 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광동한방병원 산후센터는 한방부인과 전문의, 한방내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등 주부 전문 여성 의료진이 여성 중심의 진료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선 한의사들이 문진, 복진, 맥진 등 다각적인 한방진료에 나선다.
이후 한·양방 협진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혈액검사를 시행, 간과 신장 기능 등을 확인해서 한약을 복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체크한다. 필요에 따라 X-레이검사, 초음파검사, 골다공증검사, 체형분석검사, 체지방검사, 적외선체열검사, 심박변이도검사 등 다양한 한·양방 검사를 진행해 세밀하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한방 산후조리의 기본은 '탕약 복용'이다. 이 병원에서는 산모의 컨디션을 되돌리는 '모아탕(母兒湯)'을 3단계에 걸쳐 처방한다. 이를 통해 오로 및 어혈을 제거하고, 부종을 가라앉히며, 기혈을 보강시킨다. 마지막 단계에서 녹용을 추가하고 필요에 따라 공진단을 병용한다.
간혹 출산 후 모유수유 중 한약을 먹어도 될까 우려하는 산모가 적잖다.
조진형 원장은 "산모도 복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약재를 선별해 처방하므로 안심할 수 있다"며 "오히려 모유 수유량을 늘리는 보허탕, 보허탕가녹용, 용천산, 팔물탕 등 산모에게 도움이 되는 한약도 있어 전문의가 처방하는 한약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탕약 복용만으론 교정하기 어려운 체형 문제는 다양한 한방치료법과 물리치료·도수치료 등으로 해결한다. 틀어진 골반과 몸은 순환침, 봉약침요법, 추나치료, 도수치료 등으로 밸런스를 맞춰나간다. 산후통증이 줄어들어 시술 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두한족열요법, 전신약찜요법, 순기요법, 한약좌훈요법, 온향요법 등 몸속부터 따뜻하게 해주는 치료를 병행해 부드럽게 몸을 회복시켜주며 출산 후 우울한 마음까지 달래준다.
조진형 원장은 "메디컬 산후관리 프로그램은 출산 후 더욱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산모를 위한 최상의 선물"이라며 "임신 전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상태로 개선되는 '본치'(本治, 근본적 치료)에 집중하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