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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오로지 승복만이 나라를 살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9 17:02

수정 2017.03.09 17:02

13년전 헌재 결정 존중.. 소중한 전통 이어가야
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선고를 내린다. 탄핵안이 인용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각하 또는 기각되면 박 대통령은 즉각 업무에 복귀한다. 어느 경우든 저항이 예상된다. 촛불과 태극기가 맞부닥칠 수도 있다.
그래선 안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1조). 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치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사람은 그가 누구이든 민주시민으로서 자격이 없다.

우리에겐 소중한 선례가 있다. 2004년 5월 헌재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시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 활약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은 박근혜 대표가 이끌었다. 그때 헌재는 노 대통령의 잘못을 꾸짖었다. 예컨대 17대 총선(2004년 4월)을 앞두고 대통령이 선거 개입 발언을 한 것은 공직자의 선거중립 의무를 어겼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노 대통령이 파면을 당할 만큼 큰 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박근혜 대표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13년 전과 지금 상황이 같진 않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탄핵 반대 여론이 높았다. 거꾸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찬성 여론이 높다. 노 대통령은 취임 1년여 만에 곤욕을 치렀지만 박 대통령은 정식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탄핵심판의 본질은 같다. 그것은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응답이 높다. 지난 몇 개월 비폭력 시위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은 세계가 놀랄 만큼 모범적이다.

오히려 걱정은 정치판이다.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채우려 헌재 결정을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을 둘러보라.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한국 길들이기에 나섰다. 미국은 한.미 안보동맹과는 별도로 통상 태클을 걸고 있다. 일본은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대사까지 불러들였다. 트럼프.아베.시진핑에 러시아 푸틴까지 한반도 주변 4강은 스트롱맨 일색이다. 이런 마당에 북한 김정은은 걸핏하면 미사일을 쏘아댄다.

알을 쌓은 것처럼 위태롭다(누란지위.累卵之危)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지도자라면 나라가 어려울 때 제 욕심을 접고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 태극기, 촛불 세력을 자극할 게 아니라 자제를 촉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지지율 1위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앞장서야 한다.
불복 선례를 남겨선 결코 안 된다. 불복은 불복을 낳고 끝내 나라를 갈기갈기 찢는다.
불복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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