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TPP 탈퇴선언으로 협정 자체가 무산위기에 빠지면서 미국 대신 중국을 포함하자는 목소리가 회원국내에서 거세지고 있다. 중국이 TPP가입을 확정할 경우 자국이 주도해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까지 글로벌 다자협정의 판을 구성하는 게임메이커가 된다. 중국이 TPP 회원국내 안티 국가에 가입에 실패하더라도 자유무역주의 수호자라는 상징적 명분을 얻을 수 있다.
13일 중국청년망과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칠레가 오는 14일 개최하는 TPP 각료회의에 중국을 초청한 가운데 중국 당국도 참석 여부를 적극 검토중이다. TPP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 TPP 비회원국인 중국과 한국 및 콜럼비아도 초청해 미국이 빠진 TPP의 새로운 회원국 재구성을 모색할 계획이다. TPP를 주도해온 미국이 돌연 탈퇴선언을 하면서 미국의 빈자리를 메울 경제대국의 가입이 필요해진 것이다.
TPP 회원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대략 3가지다. 우선 TPP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협정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5% 이상인 6개국 이상이 비준해야 한다. 그러나 탈퇴를 선언한 미국 한 나라의 GDP 비중만 60%에 육박한다. 미국이 커버해온 비중을 메우기 위해 거대 경제대국인 중국을 비롯해 한국 등 일부국가를 끌어와 TPP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둘째, 중국에 대한 반감이 큰 일부 회원국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TPP 회원국들간의 합의로 최저 비준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기존에 TPP에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가 반감되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회원국들간 이해관계가 틀어질 경우 TPP는 무산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중국은 이같은 상황에서 사실상 꽃놀이패를 쥐는 형국이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평을 통해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TPP를 추진해온 데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무역을 정치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이어 TPP의 생사 여부나 중국의 동참여부에 따라 자유무역판도의 결과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TPP 명운이 사실상 중국의 가입 의사에 달렸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중국의 이같은 계산은 TPP 회원국내 이해갈등 문제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중국을 배재한 채 TPP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 일부 국가들도 중국의 참가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반면 칠레와 페루 등 일부 국가는 중국의 참가를 희망하면서 회원국들간 이견이 크다. TPP 회원국끼리 중국 참여를 하는 방향으로 중론을 모으기까지 중국이 뜸을 들이는 셈이다.
중국의 TPP 가입이 확정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RCEP과 FTAAP와 연계한 무역질서를 주도할 수도 있다. TPP가입이 물거품되더라도 TPP 영향력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RCEP과 FTAAP를 지렛대 삼아 중국이 국제무역질서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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