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양사간 합병을 승인할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LSE가 집행위 요구를 거부하면서 무산은 사실상 기정사실화 했지만 이날 공식적으로 1년에 걸친 합병 논의가 종결됐다.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마가렛 베스타거는 "집행위는 양사게 제시한 조건으로는 합병을 승인할 수 없었다"면서 합병은 금융시장의 한 축인 채권거래에서 "사실상의 독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달 LSE에 이탈리아 거래소인 MTS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지분을 매각하면 독점 우려는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LSE가 집행위 요구를 거부하면서 합병은 결국 무산됐다. LSE는 MTS 지분을 매각하면 이탈리아에서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LSE와 도이체뵈르제는 지난해 2월 유럽 최대 거래소를 만들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아시아 업체들과 진검 승부를 펼치겠다는 목표를 정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야심찬 계획이 좌절됐다.
집행위의 불허 결정에 양사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도이체뵈르제 감독이사회 회장인 요아킴 파버는 "유럽 금융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양사는 글로벌 은행·보험 중심지인 런던과 유럽중앙은행(ECB) 본부가 자리잡고 있고, 독일 경제 금융허브인 프랑크푸르트를 융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도이체뵈르제는 2012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유로넥스트와 합병을 추진했지만 이 또한 집행위가 불허한 바 있다.
지금까지 수차례 합병 시도가 무산된 양사가 다시 합병을 추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앞으로 상황은 이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공식 개시를 알리는 서한을 보냄에 따라 합병사 본사 위치부터 온갖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집행위는 브렉시트가 이날 합병 불허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독일은 앞으로 EU에서 떨어져 나갈 영국에 합병사 본사를 둔다는 합병안을 내심 꺼려왔다.
결국 브렉시트 이후의 합병 노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양사는 다른 합병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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