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확보에 사활
ICT 서비스.품질 평준화 되고 해지 쉬워지며 가입자 개념 무의미
글로벌 '이용자' 잡기 적극 나서
자체콘텐츠가 효자
네이버, YG에 1000억원 투자.. 라인 등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
넷플릭스, 한국영화에 직접 투자.. 봉준호 감독 '옥자' 상반기 개봉
해외서도 경쟁 치열
아마존.유튜브.애플 자체제작 동참.. 이용자 오래 잡아두는 곳이 '승자'
네이버가 연예기획사 2대주주가 됐다. 넷플릭스는 연간 콘텐츠 투자비용이 정보기술(IT) 투자비의 6배에 달한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서 콘텐츠의 위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때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덤' 정도로 여겨졌던 콘텐츠가 ICT 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으로 평가받으면서 ICT 산업 입장에서는 'WEG THE DOG(꼬리가 개를 흔들다.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ICT서비스 품질은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준화됐고, 가입자의 개념이 무색할만큼 가입과 해지가 쉬워진데다 국경의 한계도 사라지고 있다.
ICT 서비스.품질 평준화 되고 해지 쉬워지며 가입자 개념 무의미
글로벌 '이용자' 잡기 적극 나서
자체콘텐츠가 효자
네이버, YG에 1000억원 투자.. 라인 등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
넷플릭스, 한국영화에 직접 투자.. 봉준호 감독 '옥자' 상반기 개봉
해외서도 경쟁 치열
아마존.유튜브.애플 자체제작 동참.. 이용자 오래 잡아두는 곳이 '승자'
결국 ICT서비스 업체들은 가입자가 아닌 이용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즐길만한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글자와 사진 중심이던 정보(Information) 서비스가 동영상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방송사들이 주도했던 영상 콘텐츠 제작에 직접 뛰어드는 ICT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굳이 방송사를 통하지 않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 등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미국의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드라마인 '하우스오브카드'를 내세워 거대 영상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결국 ICT 기업들의 경쟁은 시간 싸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정된 이용자들의 24시간 가운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있느냐를 두고 통신사와 콘텐츠 제작사, 인터넷 사업자, SNS 사업자 등 모든 ICT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 투자… 콘텐츠 확보 나서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CT기업들이 자체 콘텐츠 제작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17일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지분을 투자하고 함께 콘텐츠를 제작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에 약 500억원 가량의 지분을 투자하고 YG가 운용하는 YG인베스트먼트 펀드에 5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YG는 최근 방송사 스타 PD들을 영입하며 본격적으로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네이버는 YG에 투자를 단행, YG가 제작한 콘텐츠를 네이버TV와 브이 라이브, 라인 등을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네이버는 브이 라이브를 통해 한류스타들이 등장하는 콘텐츠를 전세계에 공급한 경험이 있다. 브이 라이브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세계 249개국에서 누적다운로드 수 2800만을 넘었다. 브이 라이브의 월간 사용자 수는 1800만을 기록했으며, 월간 재생 수도 1억600만으로 나타났다. 향후 YG의 콘텐츠가 브이 라이브에 더해지면 더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넷플릭스가 투자한 '옥자' 곧 베일 벗어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도 한국판 '하우스오브카드' 만들기에 돌입했다. 한국 진출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약 5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올 상반기 개봉을 앞둔 옥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9300만 가입자들에게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연간 60억달러(약 6조6954억원)를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년 콘텐츠 투자액을 늘려간다는게 넷플릭스 경영진의 계획이다. 반면 IT기술과 설비에는 10억달러(약 1조1159억원)를 투자한다.
이같은 투자 덕에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인기 웹툰작가인 천계영의 작품 '좋아하면울리는'을 드라마로 제작한다. '시그널'로 유명한 스타작가인 김은희의 신작 '킹덤'에도 투자한다. '좋아하면울리는'과 '킹덤'은 내년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이용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내 자체제작 콘텐츠 투자의 결과물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하우스오브카드의 성공으로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난 것처럼 결국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면 국내 가입자 수도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사, 인터넷 사업자도 투자 확대
네이버와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는 다른 ICT기업들에게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 카카오와 SK브로드밴드, KT 등도 자체 콘텐츠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
카카오는 지난 2월 다음tv팟과 카카오TV를 합친 통합 카카오TV를 론칭하며 1인 방송 제작자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KT도 '김준호의 SNS쇼 산 너머 산' 등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자체적으로 '1%의 어떤 것' 등 2개의 웹드라마를 제작, 선보였다. 올해는 약 50억원을 투자해 웹드라마를 6개 정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최근 e스포츠로 자체 콘텐츠 영역을 확대해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게임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인기게임 '오버워치' 전국 대학 경쟁전게임대회 중계를 독점 생중계하기로 했다. 향후 다양한 e스포츠 콘텐츠를 제작, 10~20대 이용자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아마존.구글도 자체 콘텐츠 경쟁
비단 우리만의 얘기도 아니다. 해외에서도 넷플릭스의 선전으로 자체 콘텐츠 제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마존과 유튜브가 이미 자체 콘텐츠 경쟁에 뛰어들었다. 애플도 곧 자체제작 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ICT기업들이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것은 볼만한 콘텐츠가 가입자 확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올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N의 드라마 '도깨비'는 CJ E&M의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티빙' 가입자를 급격히 증가시켰다. 지난 1월에만 '티빙' 신규 가입자가 40만명이나 늘었다. 자체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선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역시 가입자가 1000만명에 이르는 등 성공적으로 가입자를 확대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통신사와 방송사, 인터넷 기업 등이 콘텐츠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결국 누가 이용자들을 더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며 "경계가 허물어진 ICT기업들의 무한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자체 콘텐츠 확보에 대한 투자가 필수"라고 전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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