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아이는 왜 치유원에서 죽었나
(상) "말기암 환자 45일만에 살릴 수 있다" 홍보
치유원장 "죽을 아이 14일간 살려" 황당 주장
치료비 명목으로 45일간 1000만원 넘게 요구
유방암 환자는 뇌손상으로 언어구사.거동 못해
병원에서 치료가 힘들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말기암 환자와 가족은 절박하다. 5세 아이는 4년째 소아암과 싸웠고 한 시민은 유방암 말기에도 꿋꿋이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환자를 낫게 해준다는 자연치유원의 홍보에 프로그램을 따랐다가 아이는 14일 만에 사망했고 유방암 환자는 심한 뇌손상으로 거동조차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 가족들 주장이다. 이들에게 사용한 소금물 관장과 단식 등이 병을 악화시킨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파이낸셜뉴스는 경찰 수사로 비화된 이번 논란을 3차례에 걸쳐 깊이 있게 진단,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상) "말기암 환자 45일만에 살릴 수 있다" 홍보
치유원장 "죽을 아이 14일간 살려" 황당 주장
치료비 명목으로 45일간 1000만원 넘게 요구
유방암 환자는 뇌손상으로 언어구사.거동 못해
최근 대구의 한 자연치유원에서 암에 걸린 어린이가 사망하고 다른 환자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환자 가족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해당 치유원 원장은 말기암 등 불치병을 앓는 환자나 가족들을 대상으로 '45일이면 살릴 수 있다'고 자신의 명함, 블로그 등에 홍보했다.
치유원 원장 부부는 환자를 합숙시키고 소금물 관장, 단식, 풍욕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환자 가족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라며 거액의 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는 게 가족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환자 상태는 악화됐고 급기야 자식을 잃기까지 했다며 가족들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치유원 측은 아이의 생명을 연장해줬고 치료행위가 아닌 치유를 도와줬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소금물 관장에 단식까지…"14일 만에 아이 사망"
A씨는 지난 2월 22일 치유원에서 아들(5)을 잃었다. 소아암인 신경모세포종을 앓던 아들을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치유원에 입소했으나 14일 만에 사망한 것이다.
5일 A씨에 따르면 2월 8일 아들을 병원에서 퇴원시키고 치유원에 들어갔다. 아들은 만 1세였던 2013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신경모세포종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암이 골수, 장기까지 전이돼 악화된 상태였다.
치유원 원장은 당시 '45일 프로그램'만 따라오면 아들이 완치될 수 있다며 치료비 명목으로 10일간 350만원, 35일간 8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A씨 부부는 전했다.
A씨는 "원장은 치유 목적이라며 아들에게 처음 10일간 단식을 시키고 소금과 물, 치유원에서 만든 효소만 먹게 했다"고 말했다. 또 치유 프로그램이라며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소금물.커피 관장 △풍욕 △된장찜질 △냉온찜질 △간청소 등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부부는 아들이 관장을 할 때마다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원장은 물통에 소금과 커피, 마그밀(변비약) 등을 풀어 고무호스를 아들의 항문에 넣고 액체를 주입시킨 뒤 15~20분간 참게 하면서 "신체에 쌓인 노폐물을 빼기 위한 필수방법"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은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던 같은달 22일 오전 9시께 쓰러져 오후 2시께 사망했다. 아들의 헤모글로빈, pH(산도) 등 생존에 필수적인 혈액검사항목 수치는 정상을 크게 벗어나 있었다. 체중은 6㎏이나 빠져 사망 당시 15㎏에 불과했다.
A씨 부부는 "원장은 아이가 죽자 '하루 만에 죽을 아이를 내가 이만큼 살려 놓은 것'이라고 어처구니없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털어놨다.
김모씨도 도로가에서 '말기암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치유원 홍보물을 보고 유방암 말기인 아내(59)와 지난해 12월 한 차례 치유원에 입소했다가 올 2월 8일 재입소했다. 김씨는 원장이 '45일이면 암을 완전히 고칠 수 있다'고 재차 입소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5일간 870만원을, 퇴소 후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먹어야 한다며 170만원가량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하루면 죽을 아이 내가 14일 살려냈다"
가족들의 이 같은 주장에 치유원 원장은 "아이의 경우 하루도 못살 상태였는데 내가 14일이나 살려냈다"고 반박했다. 이어 "처음부터 살릴 수 있다고 한 게 아니라 살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말뜻이 전혀 다르다"며 "나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코치처럼 치유만 도와줄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치유의 마음이 생기지 않아 돈을 받은 것이고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 3월 사기, 불법 의료 등 혐의로 치유원을 경찰에 고발했고 A씨도 같은 혐의로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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