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적 이념과 사상의 끝에서 자본주의의 병폐 뒤트는 '목란언니'
하지만 목란이 이러한 사회에서 탈출하기 위한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은 역시 돈이다. 5000만원만 있으면 북으로 보내주겠다는 또 다른 브로커의 말에 목란은 룸살롱을 운영하는 조대자의 가게에 피아노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러 찾아가고 조대자의 가족과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대학에서 역사학 석사까지 마친 지식인이지만 옛 연인과 실연의 아픔으로 자살 시도를 하는 우울증 환자 첫째 아들 태산의 간병인으로 취직하면서 재입북을 위한 꿈을 키운다. 목란의 아코디언 연주에 마음을 연 태산을 보며 조대자는 목란에게 돈을 주는 대신 며느리로 삼고 싶어하지만 목란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 와중 둘째 아들인 철학과 교수 태강도 목란을 마음에 품는다. 유명 작가를 꿈꾸는 셋째, 딸 태양은 목란의 할머니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감독인 남자친구에게 배신을 당한다. 그 와중 조대자가 미국인 사업가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가세가 기울고 마지막으로 남은 돈 5000만원을 목란에게 주지 않고 태강에게 쥐어준 채 도피하자 목란은 정신적 충격에 세 자녀들에게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한다. 목란을 사랑하는 태강은 함께 캐나다로 떠날 것을 제안하며 엄마가 준 돈 5000만원을 목란에게 주고 목란은 이에 동의하는 척 하면서 브로커에게 그 돈을 넘기고 북한으로 다시 향하지만 결국 이를 이루지 못한 채 결국 중국의 홍등가에 안착한다.
두산아트센터의 김요안 프로듀서는 "현대 한국사회의 주요 갈등 시작을 찾자면 남북관계와 인권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연극을 통해 이를 돌아보고 사회적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화두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억압된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보도지침'
연극 '목란언니'가 유령같은 구시대적 이념 갈등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옳다고 붙잡고 붙잡고 있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꼬집는 작품이라면 연극 '보도지침'은 여전히 억압된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에 대해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사회적 기준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국가의 폭력 토로하는 '이반검열'
1막에서 성소수자 청소년들로 분한 배우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편견에 대해 표현한다. 결국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이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거나 학교라는 집단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폭력적인 구조들을 보여준다. 2막에서는 배우들이 역할을 바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가 되어 연기를 한다. 세월호 유가족으로서 겪는 고충, 세월호 참사 이후 온라인에서 유가족들에게 보이는 폭력적인 상황들을 토로하며 결국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대로 세월호 유가족 혹은 생존자로서의 존재를 지우고 살아가기를 요구하는 사회의 시선들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불의에 맞서야할 혐오는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전락했고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는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 성소수자는 '종북게이'로, 국가의 사과와 정당한 해결을 기다리는 세월호 유족은 '불온세력'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거울처럼 비춘다. 세월호 생존자들은 단지 배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남들 앞에서 편히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현실 속에 현 체제를 조용히 유지하고 싶어하는 어떤 이들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연주 연출가는 "법, 제도 등 공적 장치로 기준에 어긋난 이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가의 검열 과정을 확인하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목소리와 존재 자체를 지우는 방식이 국가가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하는 폭력"이라고 해석하고 작품을 제작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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