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공개한 지난달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FOMC가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를 통해 4조5000억달러로 늘린 자산 규모를 올 후반부터 줄이는 작업에 착수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가면 연말께, 늦어도 내년에는 자산을 내다 팔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모아졌다는 것이다.
의사록 핵심은 점진적인 금리인상과 자산 운용규모 축소, 즉 유동성 흡수였다.
의사록은 "경제가 예상한대로 지속적인 성과를 낸다는 전제하에 대부분 참석자들이 연방기금(FF) 금리가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기대했고, 위원회(FOMC)의 재투자 정책도 올 후반 변화하는게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자금경색이 빚어지자 돈을 찍어 미국채와 MBS를 사들여왔다. 연준의 매수를 통해 채권 가격을 끌어올림으로써 시중 금리를 떨어뜨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모기지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조처였다.
또 채권을 사들일때는 채권매입으로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는게 일반적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돈이 시중에서 계속 돌도록 했다. 금리인하와 유동성 확대 2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유례없는 QE 정책의 시작이었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도 재투자함으로써 돈이 연준으로 회수되지 않고 시중에서 계속 돌도록 했다.
연준이 올 후반 이를 철회하고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QE로 풀린 자금을 회수하시 시작한다면 이는 금융위기 이후의 통화완화 정책이 본격적인 긴축으로 전환됨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된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경제가 정상궤도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올 후반 자산규모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벌였고 연준의 운용자산 축소는 먼저 시장과 충분히 교감한 뒤에야 실제 정책 변화를 결정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의사록에 따르면 그러나 자산축소 방법에서는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시기를 정하는 문제다.
일부 참석자들은 자산축소를 금리와 연동시켜 기준금리 목표치가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그때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이들은 광범위한 경제, 금융시장 여건 등 '질적인' 판단을 통해 자산매각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질적인 판단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축소 메커니즘에 관해서도 의견은 갈렸다.
일부는 시장과 소통이 쉽다는 점을 들어 한 번에 자산매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반면 다른 이들은 시장 변동성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서히 매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 매각이 시작되면 금리인상은 일단 휴지기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옐런 의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지난주 올 후반 또는 늦어도 내년께 자산축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자산감축이 시작되면 금리인상 프로그램은 잠시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또 지난달 회의에서 주식시장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일부는 주가 강세가 일반적인 가치 측정 방법으로 볼 때 고평가됐다고 우려한 반면 다른 이들은 지금의 높은 주가가 강한 성장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법인세 감면에 대한 희망이나 위기에 대한 높아진 내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제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현재 미 경제가 완전고용 수준이거나 그에 근접한 상황이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연준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어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다.
연준은 1·4분기 미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성장흐름에 이상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편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당초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금리선물 거래 흐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6월(13~14일) FOMC에서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여전히 6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상황을 지켜본 뒤 9월과 12월에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시장의 예상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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