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씨티銀 '디지털화' 놓고 노사갈등 심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0 19:10

수정 2017.04.10 22:21

勞 "인력 구조조정" vs. 使 "인력 재배치"
지점 25개로 통폐합 한 후 폐점 영업점 직원 부서 이동
노조 "사실상 콜센터 발령, 자발적 인력 이탈" 거센 반발
업계, 디지털화 첫사례 긴장
씨티銀 '디지털화' 놓고 노사갈등 심화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금융전략'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영업점 대형화와 디지털화를 골자로한 '2017년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하면서 기존 126개 지점을 32개로 통폐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은행측은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씨티은행 내부에선 업무 변화에 따른 자발적인 인력 이탈이 불가피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디지털화로 인한 첫 갈등 사례가 될 것으로 보여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점포 통폐합에 따른 영업점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소비자금융그룹 직무설명회'를 열고, 직원들의 설득에 나섰다.


설명회의 주요 내용은 통합되는 32개 점포에 근무하지 못하는 기타 영업점 직원들을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에 편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고객가치센터는 인바운드 영업부서로, 일반고객은 모바일 거래시스템으로 유도하고, 5000만원 이상 수신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은 자산관리(WM)센터 등으로 유도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고객가치센터의 모집 인원은 200~300명 가량이다.

고객집중센터는 아웃바운드 영업부서로,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고객에 판매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은행측은 세일즈업무를 하는 '스페셜리스트'와 한도증액을 담당하는 '유니버셜리스트', 세일즈를 지원하는 '애널리스트'로 나눠 배치할 계획이다.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이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가 사실상 '콜센터' 업무라고 해석하고 있어서다. 기존 파견직이나 계약직 직원들이 하던 일을 20~30년 동안 영업점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맡게됐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32개 영업점에 편입되는 사람들은 특정 지점에 근무하던 극소수이며 50%가 넘는 직원들은 사실상 콜센터로 발령이 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겉으로는 비용 효율화를 외치면서도 사실상 1억원이 넘는 연봉자들을 데려다 콜센터 업무를 시키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발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현재 씨티은행은 수도권을 포함해 서울 외곽지역에 77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점은 모두 폐점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방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이 갑자기 서울로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특히 지방 여직원들의 경우, 퇴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씨티은행은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를 콜센터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씨티은행은 이 센터에 금융전문가들을 배치해 단순한 문의와 상담을 넘어선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전통적인 지점 모델을 벗어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는 꼭 필요하다"며 "인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씨티은행의 갈등은 은행의 디지털화에 따른 첫 사례로 평가돼 은행권으로부터 특별히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은행 한 관계자는 "영업점 직원들이 비대면 채널로 들어가면 영업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콜센터 업무라는 생각을 하게될 것 같다"며 "영업점 직원과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있을 것이고 분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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